금속공예가 유리지씨(57·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오는 27일부터 3월1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11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아름다운 삶의 한 형식'이라는 주제로 유골함 사리함 상여 상청 등 장례용품을 형상화한 작품을 내놓는다. 국내 화단의 원로인 유영국 화백의 장녀인 유씨는 서울대 응용미술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 타일러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 탓인지 여느 금속공예가와는 달리 그동안 실용성보다는 순수미술을 지향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제례용품을 통해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데 미학적이기보다는 역사학이나 민속학적으로 접근했다. 작가는 삶을 직시하기에 가장 적합한 언어가 죽음이라고 보고 있다. "20대 초에 우연히 유골함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유골함이 죽음의 상징에 그치지 않고 삶의 아름다운 축약으로 다가오더군요"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죽음의 아름다운 의미를 깨달아야 하고 거꾸로 죽음의 의미를 똑바로 들여다봤을 때 삶은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죽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가가 사용한 것이 유골함이나 향로 촛대 사리함 상여 등이다. 작가는 이 전통 소재들의 기능성에 조형적 예술성을 얹어 삶과 죽음이 영원의 세계에서 하나가 됨을 형상화했다. 사용한 재료도 금속 석재 목재 등으로 다양하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형식미를 추구해 온 국내 공예계에 하나의 파격으로 여겨진다. 갤러리에서 터부시하는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다 전혀 아름답지 않은 제례용품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02)734-611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