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세리(稅吏)의 아들 히틀러는 어떻게 엄청난 부를 쌓고 관리했는가. '히틀러와 돈'(불프 슈바르츠벨러 지음,이미숙 옮김,참솔,1만3천원)은 권력과 돈의 상관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그는 금욕적이고 청렴결백하며 대중에게 봉사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로 포장돼 있지만 권력형 비리의 '몸통'으로 억만금을 모았다. 그의 '깃털'들이 돈줄을 확보하기 위해 동원한 수법은 공금 유용과 환율차익 챙기기,부동산 차명구입,국가 기밀의 사적인 이용,기부금 강요,불법 대출 등 다양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4대 게이트에 나오는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히틀러에게 수억만 마르크를 벌게 해준 남자가 둘 있었다. 은행원 출신 막스 아만과 황금손을 가진 사진사 호프만.이들은 탁월한 상술로 히틀러의 호감을 사고 그 그늘에서 자신들의 욕심을 채웠으며 '몸통'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막스 아만은 상업학교를 나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배웠다. 히틀러가 국방부 기밀계좌의 돈을 유용하고 기업가를 통한 청탁대출로 신문사와 출판사를 인수할 때 그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서 환율 차익으로 히틀러의 빚을 갚게 해줬다. 이후 그는 독일 언론의 90%와 도서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40년부터 한푼도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이 그룹의 감사단장이 바로 히틀러였다. 호프만은 히틀러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사진사였다. 사진을 팔면 10%를 히틀러에게 주고 초상권을 이용한 우표를 개발해 돈을 몰아줬다. 예술품을 적당한 값에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그와 히틀러의 주머니를 가득 채웠다. 차명 부동산 구입에도 '헌신'해 히틀러의 정부 에바 브라운의 집이 호프만의 이름으로 신고돼 있을 정도였다. 이들이 권력을 이용해 부를 쌓는 과정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동서고금의 역사와 우리의 현주소가 오버랩된다. 저자는 냉철한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히틀러의 왜곡된 신화들을 파헤쳤다. '많은 사람들은 히틀러가 인류의 끔찍한 적이긴 하지만 몇가지 장점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측근들과 달리 그는 부패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믿도록 만든 이미지의 허구,그 황당한 신화를 이제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