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가 요시모토를 누르고 천하 제패의 기틀을 잡게 됐을 때. 요시모토의 칼을 전리품으로 얻은 노부나가는 '천하의 호도(豪刀)'로 이름난 그 칼을 한참 살피다가 부관에게 4치5푼만큼 끊어내고 다시 갈아오라고 명령했다. 아니, 체력이 칼을 못 따른단 말인가? 주위 사람들은 놀랐다. 그러자 노부나가가 말했다. "이 둔도를 명도로 바꾼다는 말이다. 호도라는 것은 칼로서의 목표를 잘 수행하여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목표는 칼을 휘두르는 주인의 목숨을 지켜주는 것이다. 칼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주인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그래서 주인이 지쳐서 지면 그것은 이미 호도가 아니다" '경영학의 진리체계'(윤석철 지음, 경문사, 1만3천원)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경영자에게 나무만 볼게 아니라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왜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일화(3백12쪽)다. 이 책은 폭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성찰을 함께 갖춘 인문학적 경영철학서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경영학을 부분해법의 집합으로부터 통일성을 가진 학문체계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해온 저자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세번째 역작이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속에 열거된 삶의 7가지 고통을 현대 기업과 연결시키고 황병기씨의 국악 인생이나 황무지를 개척한 시스코 이야기를 경영철학과 결부시킨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기업 경영에서 주제의 정립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기도 한다. 그는 뛰어난 경영자란 모든 영역을 조망하는 눈과 인간 감성에 따른 수요를 예측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거기에 필요한 기술을 이해해야 하며 존경받는 인간적 매력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각각의 조각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통일된 이론체계로 경영학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무한경쟁 속의 적자생존이 주는 고통에 주목하며 그에 대한 실존주의적 이해를 촉구한다. 그리고 5억3천만년 동안 적자생존의 고통을 극복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된 곤충과 포유류의 지혜를 탐구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지혜가 '고객을 찾아 주고받음의 관계를 정립'한데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는 또 인간사회에서 주고받음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제약조건을 구명한다. 이 제약조건이 생존부등식으로 나타나고 그 다음은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합리적 수단과 방법, 그리고 지식과 지혜의 구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론체계의 구축과정에서 인문.사회.자연 계열 사이의 학제적 접근법을 사용해 더욱 눈길을 끈다. 저자에게는 "맛있는 자장면을 마음껏 먹고 싶으면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며 일곱살 아들에게만 한 그릇을 시켜주시던 어머니가 있었다. 그 덕분에 전교 수석을 도맡아했다. 독일의 경쟁력을 배우자며 독문과에 진학했다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눈뜬 뒤 물리학과로 진로를 바꿔 전액 장학금까지 받으며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냈다. 경영학 과정마저 수료하고 돌아와서는 30여년간 대학에서 강의하며 술과 담배 노래와 골프를 포기하고 10년 간격으로 묵직한 책을 출간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