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시인 장태평씨(53)가 첫 시집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도서출판 나비)를 펴냈다. 그의 시는 짧고 명징하다. 군살 없이 탄탄한 근육으로 만들어진 조각품 같다. 절제된 감정과 잘 다듬어진 시어가 서로 버팀목처럼 떠받치며 둥두렷하게 조화를 이룬다. ''눈 비 내릴수록/먹구름은 엷어지고//화창한 날일수록/구름은 두껍게 만들어진다''(''구름''),''하늘의 구름은/땅이 만들고//땅에 흐르는 강물은/하늘이 만든다''(''구름과 강물''),''강물은/바람 따라 물결치지만//바람 때문에/갈 길을 바꾸지는 않는다''(''강물은'') 대부분의 시편이 4∼7행 정도로 구성돼 있다. 어떤 작품들은 ''시경''의 몇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너무 줄기를 많이 쳐서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처럼 잠언이 돼버린 경우도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땅에 누워 자랐어도/하늘을 닮은 수박//둥글고/시원하고/가슴 가득 붉은 노을을 지녔다''(''수박''전문)거나 ''대낮에 떠도는 그믐달/더는 없어도 되는 빛''(''노욕''전문)처럼 서정성과 사회성을 잘 녹여낸 작품들이 더 빛난다. 그는 현직 재정경제부 국장이기도 하다. 한시풍을 띤 작품이 많은 것은 오랜 공직생활에서 체득한 ''목민의 정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