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에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던 것을, 나는 성 이론에 열중해 있었다. 성욕설처럼 자극적인 것을 통해 유명해지는 길이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직장인의 마음 속에는 어머니를 향한 연모보다 제대로 된 점심을 먹고 싶은 심정이 훨씬 간절하다" '프로이트는 요리사였다'(제임스 힐만.찰스 보어 지음, 김영진.양현미 옮김, 황금가지, 1만원)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은 융 학파의 손꼽히는 두 정신분석학자가 쓴 것. 프로이트의 학설과 사상을 요리에 비추어 풀어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끈다. 두 저자는 프로이트가 성(性)에서 찾았던 모든 것을 음식으로 치환하면서 마치 그가 자신의 성이론에 대한 반성문을 발표하는 것처럼 구성해 나간다. 자신들은 편집자일 뿐이고 이 책의 원고는 프로이트의 유고에서 찾아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결코 '흰소리'나 허풍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유와 철학적 근거를 갖고 얘기를 이어간다. 이들에 따르면 만년에 더욱 통찰이 깊어진 프로이트는 쾌락원칙이 성적인 집착보다는 음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질책한다. "소화불량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보다 훨씬 보편적인 문제다" 프로이트가 접했던 여러 인물의 숨겨진 일화도 저마다의 특징을 암시하는 요리법으로 접목된다. 요부 루 살로메는 교제했던 수많은 거물과 천재 남성들을 상징하는 '냉육 모듬요리', 만년의 여제자 헬렌 도이치는 '프랑스식 배 디저트 요리'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