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성 문제로 법정에까지 갔던 이현세씨의 만화 「천국의 신화」는 극단적 민족주의와 남성중심 영웅주의로 일관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신광철(申光澈) 교수는 최근 발표한 '만화를 통한 신화읽기- (이현세 작)의 경우'라는 글에서 만화를 통한 신화 만들기와 민족주의.남성중심주의라는 맥락에서 작품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천국의 신화」는 그 표현방식이 법정 공방의 대상이 되면서 정작 논쟁 대상이 돼야 할 텍스트 부분과 여기에 나타난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 등에 대한 고찰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만화로는 보기 드물게 학계의 검토 대상에 오른 「천국의 신화」는 고대 신화를 토대로 창세기 이래 환인.환웅시대를 거쳐 발해 멸망 때까지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것으로 '신화시대'를 만화가의 상상력으로 통해 재창출하려 했다. 이런 '신화 만들기'에 만화보다 더 좋은 매체가 없다는 신 교수는 「천국의 신화」는 '소외된 이들의 비상'과 '강한 남성 추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이현세씨의 민족주의는 극우적 성향이 짙다. 이것이 두드러진 작품이 「남벌」이며, 「천국의 신화」를 비롯한 다른 작품들에도 이런 성향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현세씨의 서사 전략이 첫째 영웅적 모험담에 기초하면서 배달민족(천족.天族)을 중심축에 놓은 강력한 민족주의적 기술, 둘째 기록보다는 상상력에 의존하는 역사 창출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서술 전략에서는 영웅이 펼치는 사랑 지상주의가 때로 자기파멸적으로 흐르게 되며, 정제되지 못한 극단적 민족주의 또한 필연적으로 신화시대에서 역사시대로 이어지는 부분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천국의 신화」가 "우리 민족의 기원에 대한 주체적 재해석을 시도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쇼비니즘에 가까운 민족주의적 발상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음란성 논쟁에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