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0대 여성 미술인들이 서울 인사동을 중심으로 줄줄이 화랑을 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위축된 미술경기와 관계없이 일고 있어 이들의 도전의식을 엿보게 한다. 40대 여성이 이달을 전후해 개관했거나 개관할 대표적 갤러리는 이화익갤러리와 피케이엠(pkm)갤러리, 갤러리 세줄, 갤러리 피쉬가 꼽힌다. 이들은 국내외 작가의작품으로 개관기념전을 차례로 열어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지난 9월 관훈동에 이화익갤러리를 개관한 이화익(44)씨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현대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한 베테랑 큐레이터.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뒤 미국 조지 워싱턴대에서 미술관학 자격증을 땄다. 그는 개관전 작가로 독일 거주 서양화가 차우희씨를 초대해 9월 14일부터 28일까지 작품을 내걸었다. 지난해 석주미술상 수상자인 차씨의 작품으로 '독립선언'을 한 셈이다. 미니 전시장으로 시작한 그는 미술 컨설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pkm갤러리의 박경미(44)씨는 종로구 화동에 어엿한 공간을 마련해 오는 24일부터 12월 22일까지 개관 기념전을 갖는다. 이화익씨와 경기여고, 이화여대 영문과 동기동창인 박씨는 국제갤러리에서 11년간 큐레이터로 일하며 기량을 쌓았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로 선정된 것도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 박씨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40대 전후의 국내외 작가를 폭넓게 수용하겠다고 운영 구상을 밝힌다. 개관전에 미국의 개념주의 미술가 스티브 프리나를 부른 것도 이같은 구상에 따른 것. 프리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건국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성주영(40)씨는 종로구 평창동에 갤러리 세줄을 새로 마련했다. 1992년부터 갤러리 이즘을 운영했던 그는 새 출발의 각오로 이름과 장소를 완전히 바꿨다. 오는 22일부터 12월 19일까지 열리는 개관전의 첫 손님으로는 프랑스 작가 오를랑을 초대했다. 얼굴 성형수술로 미의 개념을 캐묻고 있는 오를랑에게는 한국에서의첫 전시. 성씨는 모두 3부로 개관전을 기획하고 있다. 월간 에세이 편집장인 이하림(45)씨는 관훈동 백상빌딩에 갤러리 피쉬를 개관하고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홍익대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이씨는 기획전과 대관전으로 갤러리를 꾸려갈 예정이다. '횡단하는 이미지' 주제의 개관전은 모두 2부로 기획됐는데, 제1부(회화ㆍ14-25일)에는 윤명로, 황주리 등 유명화가들이 초대받았다. 오는 28일부터 12월 9일까지계속되는 2부(조각) 전시에서는 박석원, 심문섭씨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전반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 화랑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협회 소속 전국 화랑은 17일 현재 107개. 비회원까지 합하면 줄잡아 300개에 이른다. 최근 생긴 화랑들은 대부분 협회에 미가입된 상태다. 화랑업계는 새롭게 출발한 젊은 화랑 경영자들이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