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락인 가야금 산조에서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까지 동.서양 음악의 진수를 찾아나선 음악에세이 「태초에 음악이 있었다」(학민사)가 출간됐다. 종합상사 유럽주재원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등단한 시인 황봉구(53)씨가 쓴 책으로 동서 고전음악의 세계를 인용시와 자작시를 곁들여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전문 음악평론가는 아니지만 고전음악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배웠던 필자의오랜 체험이 글의 곳곳에 생생하게 묻어 있다. 「동서음악횡단」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고금 독주곡을 비롯해 퇴계 이황이 음란하다고 비난했다는 당나라 노래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 등 중국의 고전음악을 다수 소개한 것이 눈에 띈다. 우리 가락인 가야금과 아쟁 산조에 대한 감상을 꼼꼼한 해설과 함께 실었으며 서양음악사의 거봉들인 바하, 베토벤, 브람스, 모차르트, 슈만, 슈베르트 등의 음악에 대한 감상과 해설도 적었다. 필자는 이 책에서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를 중국의 기악협주곡 '보암주(普庵呪)'와 비교했는가 하면 송나라 시인이자 작곡가인 강기(姜夔.1155-1221)의 가곡들과 슈베르트의 가곡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이를 통해 동.서양 음악의 미적감각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신국판 320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