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미국에 체류하며 작업을 하고 있는 중견작가 정연희씨(56)가 오는 8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다섯번 째 계절'을 주제로 캔버스를 천장에서 늘어뜨린 작품과 새로 시도한 알루미늄작업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정씨는 미지·영원의 세계를 향한 긴 여정을 독특한 기법으로 드러낸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물과 빛의 환영'을 통해 보여준다. 화면은 빛을 찾아 바다를 항해하는 오디세우스의 신화처럼 물과 빛의 흔적들로 온통 덮여있다. 사다리 계단 배 그네 등의 상징적 대상들은 작가의 이런 인생 여정을 회화적으로 내보인다. 그의 제작기법은 캔버스와 알루미늄을 바닥에 누인채 물감을 쏟아붓는 '드리핑'이다. 물감을 붓거나 롤러로 미는 작업을 여러번 해서 물감이 서로 혼합돼 드러나는 '우연의 퍼짐'효과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빛의 환영에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는 두달 동안의 인도여행이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본 햇빛은 그저 투명했던데 반해 인도에서 본 빛은 인도인들의 생활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어요" 그는 석가모니의 광배(光背)처럼 자연 빛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에서 드러나는 빛을 화폭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그 빛은 바로 염원과 희망의 빛이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자 마자 미국으로 건너간 정씨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대학원을 나왔다.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달의 작가전'에 초대된 이후 갤러리현대 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 토탈미술관 등에서 여러 차례 국내 개인전을 가졌다. 21일까지.(02)734-611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