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시장에서 길을 건너 대성학원과 청탑학원 옆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벽을 따라 늘어진 담쟁이 넝쿨사이로 "여수식당"이라는 허름한 간판이 걸려있다. 가정집을 식당으로 쓰는 탓에 처음 가는 손님은 으례 입구에서 멈칫거리기 마련.안으로 들어서면 15평 남짓한 공간에 안방과 2곳의 사랑방이 전부다. 손님이 많다 싶으면 안방도 내줘야 할 판국이다. 여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 이 식당은 하지만 벌써 15년째 자리를 지키며 "골수 단골"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여수식당이 가장 자랑하는 요리는 홍어찜과 홍탁(홍어회)그리고 갈치조림이다. 재료부터 밑반찬에 이르기까지 이곳 사장인 나정례 할머니의 깐깐한 정성을 그대로 담아 전라도 음식의 맛을 그대로 전해준다. 이 집의 홍어 요리는 삭힌 홍어 특유의 아릿한 냄새가 다른 곳보다 덜한 점이 특징이다. 노량진시장에서 올라온 홍어를 수건에 쌓서 10일 정도 재워두는 방식으로 삭힌다. 매일 수건을 갈아주면 홍어가 삭혀지면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수건이 빨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삭힌 홍어라면 지레 겁부터 먹는 사람들도 홍어의 감칠맛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홍어는 엄선된 전라도산만을 쓴다. 홍어가 시장에 안나오더라도 절대 수입산이나 냉동어육은 쓰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갈치조림도 꼭 맛봐야 할 요리다. 갈치 역시 당일 새벽 수산시장에서 고르고 고른 거문도산만을 쓴다. 국물은 고추가루 대신 물고추를 담궈서 맛을 냈다. 담백하면서도 얼큰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홍어회나 홍어찜,갈치조림 모두 한접시에 6만원이다. 양이 많고 조기,게장 등 반찬도 풍성해 다섯명이서 두가지 정도의 요리만 시킨다면 푸짐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술을 곁들인다면 여수식당 특주가 그만이다. 나정례 할머니가 누룩과 찹쌀,대추 등을 넣고 직접 담근 술로 맛이 달콤하고 숙취도 없다. 후식으로 나오는 시원한 매실차와 남원에서 올라온 향긋한 엿도 이 집의 명물이다. 여수식당의 명성은 인근 여의도에 널리 퍼져있다. 증권가 방송국 직원들은 물론 정치인들과 정부관료들도 한번 들인 맛을 못잊고 다시 찾곤 한다. 진념 재경부장관은 근우들과의 환갑잔치를 이곳에서 치렀을 정도다. 휴일은 따로 없지만 주문은 저녁 8시30분까지만 받는다. 예약은 필수다. 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인근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02)813-1952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