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스르한 물빛은 하늘에 닿아 하나의 희미한 선으로 남았다. 남쪽 바다에 잔잔히 이는 물거품만 땅끝이라고 속삭인다. 하이난다오(海南島), '동양의 하와이'. 하이난, 되뇌는 입 안에서 따뜻한 기운이 돌아 온몸을 후끈 달군다. 싼야(三亞)시에서 차로 30분, 하이난다오에서 다둥하이(大東海)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해변 아롱완(亞龍灣)이다. 모래 해변이 길게 돌아나가며 푸른 물빛을 감싼 길이가 7km가 넘는다. 밀가루를 밟는 듯 모래가 곱다. 흰 모래, 흰 호텔(天域리조트)이 한 장의 사진이다. 해변 입구가 중국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천하제일만(天下第一灣)이라 씌어진 3m 남짓한 돌기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들이 없다. 해수욕에는 관심도 없는 듯하다. 아롱완에선 수상레저 체험이 제격이다. 수상보트,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잠수정 해저탐험 등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열대 바다 밑 풍광이 가히 환상이다. 시내에서 말로만 듣던 발마사지를 하고 내친김에 루후이터우(鹿回頭)공원을 올랐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서울의 남산보다 좀 낮은(1백76m) 산이다. 산을 돌아 낸 산책로에 꾸민 조명이 밤 분위기를 띄운다. 우즈산(五指山) 리쭈(黎族) 청년이 사슴 한 마리를 쫓다 이곳에서 활을 쏘려는 순간 사슴이 고개를 돌리며 여인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전설 때문인지 쌍을 이룬 남녀들이 많이 보인다. 정상에 여인과 고개 돌린 사슴상이 세워져 있다. 왼쪽으로 다둥하이의 불빛이 길게 뻗어 싼야시를 휘돈다. 레이저까지 쏘아대며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중국인의 상술이 놀랍다. 싼야에서 고속도로 둥센가오두(東線高速)를 타고 동쪽 해안을 따라 1시간30분 정도 가면 그 유명한 싱롱원취안(興隆溫泉)지구가 나온다. 도중에 소수민족인 리(黎).마오쭈(猫族)민속촌이 있다. 관광객을 맞는 리쭈 아가씨가 입구에서 귓볼을 만지며 인사한다. 가이드 '미스 박'(중국 지린성 출신 아름다운 청년)이 사랑한다는 뜻이라며 똑같이 해주라 한다. 이곳에서는 리쭈 전통혼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빈랑(돌배 씨로 만든 목걸이)을 걸어주며 '평안'을 기원하는 자그마한 신부가 수줍다. 혼례는 소박하지만 재미나게 이어진다. 그리고 지참금을 내놓는 것으로 끝난다. 관광객도 부조를 해야 한다. 50위안(약 8천원). 혼례 주관자가 돈 얘기를 할 때 옆에 앉은 신부의 얼굴이 홍조다. 상품화된 전통에 가슴이 아릿하다. 여행은 끝은 온천이 그만이다. 싱롱은 시 전체가 온천이다. 각종 광물질이 풍부해 물이 매끄럽고 건강에도 좋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휴양지다. 싱롱 캉러위안(康樂園)호텔 온천수영장에 몸을 누이니 한밤 별빛이 물 위로 쏟아져 내린다. 기암괴석이 볼만하다는 땅끝 톈야하이자오(天涯海角)를 들르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 하이난다오(중국)=김지홍 기자 bongs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