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여인들」,「바다의 도시 이야기」등 일본 출신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지금까지 발표한 자신의 르네상스 저작들을 아우르는 책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한길사)을 내놨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하듯 르네상스를 창조한 주역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오노는 르네상스가 꽃을 피운 이탈리아 3대 도시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를 차례로 더듬으면서 당시 주역들을 역사 속에서 불러내고 있다. 그는 성 프란체스코와 프리드리히 2세를 최초의 르네상스인으로 손꼽는다. 흔히 이들 이후 인물인 단테와 조토가 그렇게 여겨지는 데 반해서 말이다. 신흥 상인계급을 '제3계급'으로 기독교에 편입시킨 이가 바로 성 프란체스코이다. 시민들의 경제 활동은 이로써 종교적 속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성 프란체스코는 또한 사제와 수도사, 제3계급, 속인 등을 수평적 관계에 위치시켜, 이를 단지 선택의 문제로 여김으로써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를 인정했다. 프리드리히 2세는 시오노가 보기에 '너무 일찍 태어난 르네상스인'이다. 교황의 강압에 의해 십자군 전쟁에 최고사령관으로 참가하지만 그는 피 대신 이슬람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돌아온다. 계몽군주 역할을 자임한 그는 결국 북부 이탈리아 상공인들의 저항과 교황의 억압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지만 베네치아와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상공업 육성책과 학문, 예술에 대한 적극 지원으로 '정신혁명' 르네상스의 기초를 견고히 했다는 것이 시오노의 견해다. 시오노는 이처럼 독특한 역사 해석으로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독자들의 흥미를 붙드는 것과 함께 대화체 서술 방식으로 쉽게 읽힐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책 중간에 오늘날 예루살렘을 둘러싼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의 투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살짝 덧붙여 그의 문명관을 엿볼 수 있다. 기독교도에게 성지 순례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려던 십자군전쟁의 애당초 목적이 퇴색해 성지 팔레스타인에 사는 이슬람교도를 몰아내는 것으로 바뀐 것이 충돌의시발점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김석희 옮김. 368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