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와 사색의 계절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씻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오랫만에 장편소설에 손을 대도 무방하다. 유명작가의 순수소설 뿐 아니라 SF 팬타지 등 신조류를 섭렵해도 좋다. 최근 출간된 소설중 읽어볼만한 것들을 소개한다. 가장멀리 있는 나=중견작가 윤후명씨가 4년만에 낸 신작 소설집. 12편의 단편에 "자아찾기"문제를 동남아와 남미 한국의 산골짜기를 오가는 여정속에서 풀어내며 독자를 깊숙히 빨아들인다. 작가는 나를 잃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우리들에게 존재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에 대해 묻고 있다. (문학과지성사) 칼의 노래=세계 해전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명장 이순신의 삶과 인간적 고뇌를 백의종군부터 노량해전까지 약 2년 간의 기간을 통해 복원한 역사소설. 신문기자 출신의 김훈씨가 이순신을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사와 문장 구성 등의 형식을 무리없이 결합했다. 담백한 성정의 이순신과 복잡한 성격의 선조를 대비시켜 훌륭한 인간드라마로도 읽힌다. 이순신은 간단 명료한 문장으로,선조는 유장한 만연체로 그려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 (생각의나무) 거울속여행=탁월한 이야기꾼 김주영씨의 자전적 성장소설. 가난한 시골소년 나와 아우의 어린시절 눈으로 바라본 주변 세상의 풍경을 진솔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있다. 아버지 없는 공간에서 여러차례의 이별과 아픔을 추체험하면서 한뼘씩 성숙해 가는 소년의 성장일기다. 서민들의 비참한 생활상과 힘과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의 실상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문이당) 바이올렛=부당한 운명을 견뎌가는 여성을 통해 하찮은 존재의 바스라진 과거를 껴안고 타인을 향해 한걸음을 나아가도록 힘을 주는 작품. 인기작가 신경숙씨가 특유의 망설이는 듯한 문체로 독자에게 살그머니 다가간다. 꽃집 종업원으로 취직한 오산이는 사진기자와 운명적 만남을 갖는다. 바이올렛은 수줍은 여자의 은유이고 보랏빛 슬픔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문학동네) 손님=황석영씨가 방북 체험을 토대로 쓴 장편. 한국전쟁중 양민대학살을 일으킨 신천사건의 정체를 밝힌다. 작가는 한반도에 온 "손님"격인 맑스주의와 기독교 세력의 대결이 참화를 불러왔음을 증언한다. 이 땅에 여전히 남아 있는 전쟁의 상흔과 억울하게 죽어간 혼령들을 한판 굿으로 잠재우고 화해와 상생의 새세기를 시작하려는 메세지가 담겼다. (창작과비평사) 듄=SF문학의 고전.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부터 20년 간에 걸쳐 썼다. 30,000년간의 미래 역사를 배경으로 예지력과 통찰력을 주는 물질인 "멜란지"의 유일한 생산지인 사막 행성 "듄"을 놓고 벌어지는 여러 세력의 치열한 다툼을 그렸다. 마녀,남작,사막의 전사들 등 다분히 중세풍 인물들이 행성들에서 벌이는 모험극 "스페이스 오페라"와 결합해 전개되고 있다. (황금가지) 반지의제왕=20세기 영미문학의 거장이자 판타지 문학의 아버지 톨킨의 장편 판타지소설. 작가가 창조한 가상의 종족 호빗들이 가상세계에서 펼치는 이야기. 마법사 요정 난쟁이 인간을 비롯해 각종 괴물과 신비한 선인들이 등장한다. 타임지는 톨킨을 20세계 1백대 작가중 하나로 꼽았다. (황금가지)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