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최범서씨가 빙산을 향해 질주하는 한국호(韓國號)의 앞날을 경계하는 대중소설 '난타(亂打)'(울림사)를 냈다. 최근 장편 '도선비기'에서 고려건국 전후 시대사를 다뤘던 작가는 '난타'에서 현대 한국사회의 부패구조를 탐색하고 지배계층을 향해 통렬한 야유를 퍼붇는다. 전 3권으로 구상된 이 작품은 '정치''경제''사회문화'로 나뉘어 쓰여졌고 먼저 1권 정치편이 출간됐다. 소설은 귀신이 현실의 사람을 죽이고 사람이 귀신을 재판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부패정치인들을 응징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단군을 비롯 고주몽 박혁거세 왕건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등 10명의 지도자급 조상들은 천상에서 한천국회를 결성하고 나라구하기를 목적으로 '난타4인특공대(난특대)'를 지상에 파견한다. 난특대는 차기대통령을 꿈꾸는 부패정치인 김인갑의 최측근 4명을 살해한다. 김인갑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이 음모의 실상은 사주가 구속된 언론사에 의해 은폐된다. 난특대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김인갑을 구속하게 된다. 작중인물들은 망가진 나라의 원인을 지도자의 실정(失政)탓으로 돌린다. 김춘추는 통일이란 명분을 내세워 당나라와 야합해 자기민족을 쳤고 이승만은 반공한다며 수많은 양민을 학살했으며 박정희는 오로지 돈만 부추긴 정책으로 오늘날 부패의 씨앗을 뿌렸다는 것이다. '3김'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은 날카롭다. 민주투사였던 두 김씨 중 하나는 민주화시대를 열었다고 큰소리치다가 나라경제를 거덜내고 하나는 구악의 다른 한 김과 어울려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