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노상균(44)과 조각가 정광호(43.공주대 판화과교수)는 40대의 젊은 나이에 국제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노 씨는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대표작가로 참가해 동양적 명상의 세계와 독특한 오브제로 관심을 모았다. 정 씨는 지난 6월 바젤아트페어에서 출품작 9점중 7점이 판매되는 성과를 올리면서 주목을 끌었다. 내년에 뮌헨의 유명한 갤러리인 토마스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다. 두 작가가 나란히 설치작 위주의 개인전을 국내에서 갖고 있다. ◇노상균 전=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11회째 개인전에서 노씨는 요즘 몰두하고 있는 대형 입체작품들을 내놨다. '시퀸(sequin)'을 이용,높이 3m에 이르는 쌍둥이 예수상을 비롯해 전시장 1층 전체 벽면을 14개의 평면연작이 뒤덮고 있다. 시퀸은 흔히 무대의상에 쓰이는 '반짝이'를 말한다.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있는 소재지만 작가는 "보기도 좋고 변화가 많아 10년째 다루고 있다"고 한다. '방향'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인간복제'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 신의 창작품을 복사하려는 현 시대에 예술 자체도 복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불법음반인 일명 '빽판'위에 화려한 시퀸을 입힌 '기록(Recording)'연작도 복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작품이다. 불법 복제라는 경제적 윤리적 허물이 추억과 아름다움의 의미로 가려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시퀸이 보여주는 착시현상처럼 인간이 외부세계에서 얻는 경험과 인식도 환상적 현상이라는 점을 작가는 부각시키고 있다. 21일까지. (02)734-6111 ◇정광호 전=강남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 15점의 신작을 내놨다. 그가 지난 94년부터 사용하는 재료는 실처럼 가는 구리선이나 동선이다. 이를 조각조각 용접해 꽃잎 나뭇잎 항아리 북어 등의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다. 조각품을 가까이서 보면 작품이 놓인 주변 공간과 색채를 모두 머금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그의 작품은 조각과 회화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항아리나 북어 이미지는 조각인 반면 벽면에 고정시킨 나뭇잎이나 그가 요즘 시도하고 있는 한자를 형상화한 작품은 평면 회화에 가깝다. 작가는 이를 '비조각적인 조각'이라고 표현한다. 조각은 비(非)조각일때에 조각의 생명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자기부정과 함께 자기 긍정을 동시에 표현한 말이다. 정씨는 평소 피부에 관심이 많아 표면을 통해 대상을 파악했다고 한다. 전시에 등장하는 나뭇잎 항아리 등 작품 이미지는 형상이 구체적으로 재현되지만 작가의 관심은 대상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본질을 선으로 연결된 표면을 통해 보여주는 데 있다. 29일까지. (02)511-066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