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에 대한 조선 왕조의 첫 공식 박해인 신유박해(1801)의 전말과 순교자들의 행적 등을 적은 '황사영 백서(帛書)' 진본이 한국땅을 떠난 지 76년 만에 돌아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신유박해 순교 2백주년을 맞아 오는 15일부터 두 달간 서울 절두산 순교박물관에서 마련하는 '신앙의 향기 200년' 특별전을 위해 로마 교황청 민속박물관에서 빌려온 것. '황사영 백서'는 신유박해 때 제천 배론으로 피신한 황사영(1775∼1801·세례명 알렉시오)이 가로 62㎝,세로 38㎝의 흰 명주천에 가는 붓으로 촘촘히 써내려간 장문의 기록이다. 글자수가 1백22행,1만3천11자에 달한다. 발신자는 베이징을 왕래하며 선교사들과 안면이 있던 황심(1756∼1801),수신자는 베이징 교구장 구베아 주교로 돼있다. 백서에서 황사영은 조선 왕조의 천주교 박해에 대한 간략한 배경설명과 백서를 보내는 이유를 밝히고 신유박해의 전말 및 당시 교회상황,조선에 들어와있던 주문모 신부와 권철신 강완숙 등 순교자 30여명의 체포 및 순교 등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아울러 조선 천주교회 재건을 위한 5가지 방안도 제시했으며 이중에는 청나라의 위력이나 서양의 무력시위를 통해 신앙의 자유를 얻는 방안도 들어있다. 백서는 그러나 이를 전달키로 한 황심과 황사영이 잇달아 체포되면서 베이징에 전달되지 못한 채 의금부에 압수됐다. 그 뒤 1894년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가 의금부로부터 백서 원본을 입수,1925년 로마에서 거행된 조선 순교복자 79위 시복식을 기념해 교황 비오 11세에게 선물해 교황청에서 보관 중이다. 대신 국내에는 뮈텔 주교가 실물 크기대로 제작한 동판이 절두산 순교박물관에 보관돼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1811년과 1835년 조선 천주교 신자들이 교황에게 보낸 서한 원본들도 국내에선 처음으로 전시되는 등 천주교 전래 초기부터 신유박해 직후까지의 천주교회사와 관련한 주요자료 1백여점도 선보인다.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최초의 한글교리서인 정약종의 '주요교지' 목판본,신유박해 순교자들의 문초기록인 '추안급국안' 등 교회사의 중요 자료와 동정부부 이순이의 '옥중서한'과 십자고상 등 순교자들의 유품도 일반에 공개된다. 박물관측은 관람객들이 한국천주교회사를 체계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인물과 사건에 따른 주제별 전시로 꾸몄다. '동양에 전해진 그리스도의 복음' '천주교 신앙과의 만남' '교회창설의 주역들' '성숙해가는 신앙' '참믿음을 찾는 사람들' '박해의 소용돌이' '박해자가 남긴 기록' '황사영백서를 찾아서' 등의 주제에 따라 유물,유품들이 전시된다. 절두산 순교박물관장 배갑진 신부는 "초기 신자들의 삶을 통해 사랑과 믿음 속에서 실천했던 신앙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02)3142-4434∼5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