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운 시간. 마카오공항의 출입문이 열리자 끈적끈적 후텁지근한 공기가 엄습한다. 좀전 비행기 아래로 펼쳐졌던 홍콩땅의 화려한 불빛쇼 기억들이 저만치 멀어져 간다. 마카오와의 첫만남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게 다가왔다. 호텔에서 하루밤을 지낸후 뷔페에서 한끼 때우고 허겁지겁 마카오 시내투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버스가 맑은 물로 가득찬 인공호수와 황톳물 해안을 좌우로 거느리고 도로를 여유있게 달린다. 조금 가다보니 해변쪽으로 관음상이 연꽃좌대에 사뿐히 내려 서있다. 성모마리아가 보살 옷을 입고 있다. 마카오 문화의 상징물처럼 동서양문화가 한몸을 이루고 있다. 마카오 도심은 박물관, 사찰, 성당, 요새 등으로 가득 차있다. 이름난 종교유적지도 많다. 지금은 불에 타고 벽면만 남은 성바울성당이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까몽에스 공원내에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있다. 불교 사원중엔 관음당이 손꼽히는데 1844년 청나라와 미국이 처음으로 우호통상조약을 맺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각묘는 선원들의 수호신인 아마 여신을 모신 도교사원. 마카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마카오에 있는 많은 박물관중 그랑프리박물관과 와인박물관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하나 가볼만한 곳은 중국대륙으로 들어가는 통로인 국경관문. 마카오반도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 본토와 육로로 연결되어 있다. 아치형 관문 양옆으로 수많은 중국인과 마카오인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일반 관광객들도 중국 비자만 받으면 무사 통과할 수 있다. 도박의 천국답게 마카오의 밤거리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마카오문화센터 주변 카페, 바, 식당가는 낮과 밤이 따로없다. 한밤중에 자다 말고 먹을 것을 찾는다는 중국인들 속성상 각종 식당과 상점들이 문을 닫지 않는다. 카페는 라이브음악과 가라오케를 즐기며 가볍게 술 한잔할수 있는 분위기. 인근 디스코텍을 찾아 여행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수도 있다. 특히 이곳에선 한국 인기 댄스그룹의 음악도 심심찮게 접할수 있다. 좀 색다른 볼거리를 원한다면 나이트쇼 공연장을 찾아가면 된다. 파리 크레이지쇼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벌거벗다시피한 무희들의 아슬아슬한 몸동작이 관객의 흥을 돋운다. 이 공연은 카지노로 유명한 리스보아호텔에서 하루 두 번(오후 8시, 9시30분) 열린다. 산티아고 호텔은 오랜 전통과 특이한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다. 마카오 최남단 바라곶 언덕 중턱에 세워져 있다. 17세기 포르투갈인이 세운 산티아고 요새를 그대로 되살린 역사 깊은 건물이다. 객실수 23개에 불과하지만 방하나 마다 포르투갈인들의 옛 주거문화가 그대로 살아있는 듯 하다. 콜로안섬 흑사(黑沙)비치 옆에 마카오 유일의 휴양리조트인 웨스틴호텔이 있다. 18홀규모의 골프장이 붙어 있는데,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미니 골프코스 바깥쪽 해변에 위치한 샷 연습장.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리면 모터보트가 수시로 다니며 볼을 집어온다. 이외에도 만다린 오리엔탈, 그랜저호텔, 하얏트 리전시 등 최고급호텔들이 즐비하다. 마카오는 또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음식을 맛볼수 있는 곳이다. 포르투갈, 마카오, 중국, 유럽, 일본, 한국 등 각 지역 요리의 보물창고라 할수 있다. 생선, 새우, 게 등 해산물과 돼지고기, 닭고기 등 셀수 없는 재료와 독특한 양념으로 빚어낸 음식들이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자유여행사(02-7777-330, www.freedom.co.kr)는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마카오 왕복 대한항공 전세기 투어상품을 내놓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주3회 출발한다. 마카오=박정호 기자 parkbi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