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뜨면 주제가도 덩달아 떴다. 누구 노래냐는 궁금증이 무명가수를 하루 아침에 스타로 만들기도 했다. 94년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가 "타타타"와 "촌놈" 김국환을 그렇게 만든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인기드라마=스타가수 제조기"란 등식은 그 뒤에도 유효했다. 요즘들어서는 촬영이 이루어졌던 장소에까지 인기 열병이 번지는 추세다. "가을동화"의 배경이었던 화진포해수욕장(고성)과 상운폐교(양양)가 최근의 예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쓰임새가 체인줄처럼 연결되며 그 효용가치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문화상품의 위력이 마지막 관광분야에서까지 발휘되고 있는 이다. 영화도 마찬가지. 제주도의 "쉬리벤치"는 고전이 됐고, 전국 관객 8백만명을 넘는 "친구"의 부산도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에서는 범일동 일대를 "친구의 거리"로 지정, 극장밖 영화관객몰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 여름 바캉스 행선지를 부산으로 잡았다면 영화 친구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크고 알려진 도시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너른 해수욕장과 유람선여행, 해안드라이브 등 여름여행의 맛도 손색없다. 친구의 거리 =동구 범일동 철길육교~삼일극장간 6백70m 구간이다. 부산에서의 영화촬영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부산영상위원회가 친구의 전국 관객 최단기간 5백만명 돌파를 기념해 지난 5월 지정했다. 범일동 철길육교는 4명의 주인공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질주하는 듯한 장면을 촬영했던 현장. 중앙로를 따라 아래로 쭉 내려가면 남포동 자갈치시장. 항도 부산의 내음이 물씬한 이곳 역시 친구의 주요 무대다. 인근의 영도대교는 주인공들이 어린시절 속없이 뛰놀던 장소이며, 달맞이고개 너머에 있는 기장 대변항의 붉은 등대가 서 있는 방파제에서는 주인공중 하나인 장동건이 깡패생활을 회의하던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요즘은 한적하지만 멸치잡이철이면 멸치잡이그믈을 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람선 =유람선여행을 빼놓을수 없다.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탄다고 한다. 부산대교 옆 중앙동선착장~미포선착장 뱃길이 좋다. 오른편으로 국립해양대학이 들어선 뒤 뭍과 둑길로 연결된 아치섬(조도)을 지나면 오륙도가 다가선다. 오륙도는 바닷물이 드나듦에 따라 5~6개의 섬이 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바다쪽 먼 곳으로부터 밭섬(등대섬), 굴섬, 송곳섬, 수리섬, 솔섬, 애기섬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유람선은 수리섬과 솔섬 사이를 지날때 속력을 줄이는데 잠깐 솔섬과 애기섬이 붙은 듯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륙도를 지나 왼편으로 이기대가 있다. 평평한 바위들이 해변으로 돌출되어 조화를 이룬다. 유람선은 아직 완공되지 않은 광안대교를 옆으로 하고 미포선착장에 닿는다. 1시간정도 걸린다. 해수욕장 =피서인파를 꼽을 때면 꼭 등장하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유명하다. 길이 1.8km 백사장을 자랑한다. 신라 최치원이 자신의 자(字)를 빌려 해운대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다리미섬이라고 불렸던 동백섬이 바다에서 볼 때 왼편에 있다. 바다에서는 윈드서핑, 제트스키 등도 즐길수 있다. 인근 수영만에 부산 제2의 해수욕장인 광안리해수욕장이 있다. 수영만은 경상좌수영이 있던 곳. 임진왜란 때 충무공이 부산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격전지이기도 하다. 해운대에서 달맞이고개를 넘어가면 나오는 송정해수욕장도 손꼽힌다. 길이 15번 굽어졌다고 해서 15곡도라고도 부르는 달맞이길은 드리이브코스로 알아준다. 영도구의 태종대는 젊은 연인들로 붐빈다. 부산=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