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읍에 돌아가 봄 강변에 앉고 싶어/등짝을 후려치는 바람이 불고/얼어죽은 겨울이 부서져 떠내려 갈 때/검은 벼랑 마주보고/청삽사리처럼 짖고 싶어/…/그대 떠난 자리가 아무리 깊어도/바닥까지 환히 들여다 보이는/도원읍에 돌아가 봄 강변에 앉고 싶어'('사랑을 잃은 후' 중) 전윤호(37) 시인은 새 시집 '순수의 시대'(하문사)에서 상실한 고향 강원도 정선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그려낸다. 그의 고향은 주민 전체가 주지이고 불목하니인 곳이며 남에게 신세지지 않는 사람들이 '지들끼리' 살아가는 곳이다. 봄비라도 실하게 내릴 때면 천지가 철쭉으로 불타고 돈 먹은 심판과 피에 주린 관중도 없는 무릉도원이다. 고향을 향한 집착은 도시문명에 대한 절망감으로 한층 강화된다. 그는 한강상류인 정선과 뗏목길로 연결된 한강하류의 문명권에 살지만 그 동거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주 어렸을 때/뗏목에 실려/이곳으로 떠내려 왔어/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쓰레기 더미속에 살면서/항상 궁금했지'('하류에서' 중) 또 시 '뗏목'에서 시인은 자신을 '주린 꿩'으로 묘사한다. 말하자면 그의 현존은 쓰레기더미속의 주린 꿩 신세다. 그 때문에 그는 언제건 이곳을 떠날 채비를 갖춘 유목민이다. '말등에서 사는 족속에게/이별은 사소한 것/소중한 건/고삐를 잡는 힘이다 나는/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다'('떠날 때 1' 중) 시 '떠날 때 2'에선 이동의 의지가 더욱 뚜렷해진다. '이제 가자/발굽이 온 천지를 먼지로 뒤덮어 버리는 평원으로/맘 편히 마실 물 한 모금 풀 한포기 없고/키보다 깊은 급류가 기다리는 곳으로/힘이 다하면 떠내려가/허리 두 동강 나는 악어밥이 된다 해도/새끼를 만드는 새로운 풀밭은 언제나/저 위험 뒤에 있는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