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불교국가 미얀마는 "황금불탑의 나라"다. "반짝이는 모든 것은 금이다"라고 할 정도다. 수도 양곤의 밍글라돈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공항청사를 덮고 있는 황금장식부터 눈에 들어온다. 이어 양곤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도 "황금의 땅 미얀마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영문간판이 시선을 붙든다. 양곤의 정중앙에는 "미얀마의 자존심"이라 일컫는 높이 99m의 쉐다곤파고다가 2천5백년의 역사와 함께 황금빛 찬란한 위용을 자랑한다. 쉐다곤은 "다곤의 금탑"이라는 뜻. 미얀마의 상인인 타포타와 발리카 형제가 인도에 건너가 석가모니에게 꿀과 과자를 공양한 뒤 부처의 머리카락 8가닥을 얻어와 이 파고다에 안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 건립된 파고다는 15m 정도였으나 이후 국가적 사업으로 증축을 거듭한 끝에 현재의 규모로 확대됐고 불탑의 외벽은 역대의 왕과 신도들이 기증한 금판으로 입혀졌다. 파고다에 입힌 금의 무게가 30t을 넘고 첨탑 꼭대기에는 73캐럿짜리 다이아몬드와 4천3백여개의 루비, 2천여개의 사파이어 등 수많은 보석들로 장식돼 있다고 한다. 쉐다곤 파고다의 북문에서 신발을 벗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탑의 황금빛이 눈부시다. 주탑을 둘러싼 두개의 동심원에 세워진 64개와 99개의 작은 불탑들도 금빛이다. 특히 이 거대한 불탑이 과거의 유적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신앙의 현장이라는 점이 놀랍다. 관광객들로 인한 번잡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맨바닥 곳곳에 자리를 잡고 명상에 잠긴 수행자들, 향과 초를 올리는 신자들... 쉐다곤 파고다가 "미얀마의 자존심"인 것은 화려한 장식과 규모보다는 이런 신앙심 때문이 아닐까. 발길을 "탑의 도시" 바간으로 돌렸다. 양곤에서 바간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이지만 버스로는 12시간, 기차로는 14시간이나 걸린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국내선 비행기도 양곤-바간을 왕복하는게 아니라 양곤-바간-헤호-만달레이 등을 연결하는 순환선인 점이 특이하다. 비행기가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미얀마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에야와디강을 넘어서자 크고 작은 탑이 촘촘히 들어선 바간이 시야에 잡히기 시작한다. 바간은 1044년 아노라타왕이 미얀마 최초의 통일국가로 건국한 바간왕조의 수도다. 역대 왕들이 사원이나 불탑 조성에 열정을 쏟은 결과 바간에는 5천개 이상의 불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원과 불탑을 조성하는 것을 최대의 공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13세기말 몽고군에 의해 바간왕조가 망한 뒤 바간은 폐허나 다름없이 방치된데다 1975년의 대지진으로 인해 많은 불탑들이 훼손됐다. 그래도 40㎢의 유적지에 2천5백여개의 불탑이 천년 세월을 딛고 건재한 채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으며 미얀마 정부의 복구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통일국가 수립을 기념한 쉐지곤 파고다와 바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난다 파고다, 틸로미노사원과 쉐산도 파고다 등이 거구를 뽐낸다. 특히 쉐산도 파고다의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바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석양 무렵 파고다 순례를 마치고 바간에 접해 흐르는 에야와디강으로 나가 강변의 식당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바간순례의 또다른 멋이다. 양곤.바간(미얀마)=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