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를 중심으로 시내가 흐르는 살기 좋은 터전.

제천으로 가는 길은 늘 즐겁다.

597번 지방도로에서의 아기자기한 드라이브 맛, "내륙의 바다"라는 충주호의 뱃길유람에 역사의 향 가득한 볼거리들이 더해져 하루 나들이를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름으로 넘어서는 길목.

차창 내리고 제천을 향해 달려보자.

첫 목적지는 청풍호반.

제천사람들은 충주호 중에서도 경치 좋기로 이름난 청풍면 지역을 청풍호라고 구분지어 부른다.

얼마전에 비해 한결 좋아진 간선도로를 지나 597번 지방도에 오른다.

시골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금성을 지나면서부터 오른쪽으로 청풍호가 펼쳐진다.

길은 적상산, 금수산 허리를 구불구불 감돈다.

기묘한 생김새의 거대한 바위가 확 앞으로 다가선다.

금월봉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모습의 바위 덩어리다.

개발이 한창이라 어수선하지만 간간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들린다.

조금 더 달리면 TV드라마 태조왕건 촬영세트가 있다.

후삼국시대 국제무역항이었던 예성강 입구 벽란도포구와 마을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자동차극장도 있다.

청풍대교를 건너면 청풍문화재단지.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와 생활유물을 한데 옮겨 놓은 곳이다.

한벽루(보물 528호), 석조여래입상(보물 546호)을 비롯 지방문화재와 생활유물 2천여점을 볼수 있다.

산책하기에 좋다.

동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수경분수의 관람포인트이기도 하다.

서울방송이 드라마 오픈세트장을 문화재단지와 주변 일대에 건설할 예정이어서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될 전망.

청풍문화재단지 아래의 청풍나루에서는 유람선을 탈수 있다.

이곳에서 단양 방향에 있는 장회나루까지의 뱃길이 으뜸이다.

단양팔경의 하나인 옥순봉과 구담봉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

지독한 가뭄으로 호반을 둘러싼 산 아래가 허옇게 드러나 있지만 관광버스 대열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 제천시내로 들어가자.

제천하면 떠오르는 의림지가 시내에서 북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 있다.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에 축조된 한국 최초의 저수지.

악성 우륵이 만들었다고 한다.

훗날의 현감 박의림이 조성했다고도 한다.

묘하게도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의 황지가 생긴 사연과 유사한 전설이 전한다.

논밭에 물을 대는 저수지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발로 젓는 오리배가 떠다니는 등 유원지로 변해 있다.

제천시내에서 38번 국도를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곳에 있는 장락리 7층모전석탑(보물 459호)이 있다.

제천의 용두산에서 채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흑색 점판암을 잘라 쌓은 탑이다.

통일신라말(9세기말)에 조성됐다.

높이가 9.1m로 가까이서 보면 장중하지만 바로 앞까지 과수밭이 들어서 왠지 쓸쓸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차를 돌려 38번 국도에 올라 박달재를 넘는다.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해진 고개다.

박달이란 선비와 고개 아랫마을 처녀 금봉이의 슬픈 사랑에 대한 전설이 전한다.

천주교 신자라면 배론성지를 빼놓고 갈수 없다.

박달재를 넘었다면 다시 건너와 봉양에서 5번 국도를 타고가다 왼쪽으로 꺾어 한참 들어간다.

배론은 언뜻 영어처럼 들리지만 골짜기가 배의 밑바닥 같다고 해서 붙인 지명 주론(舟論)의 우리말 발음.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번째로 신부가 된 최양업 신부가 선교활동을 하다 순교한 곳이라고 한다.

황사영이 신유박해 때 황사영백서를 만들었던 장소이기도 해 신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제천=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