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음식을 잘 먹어야 6,7,8월에 여름나기가 좋지요" 서울 소격동의 전통한식집 "큰기와집"(02-722-9024)주인인 한영용(33)씨가 입맛을 잃기 쉬운 요즘 던지는 충고 한마디다.

통상 더운 한여름에 몸을 보양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늦봄,초여름에 미리 잘 먹어둬야 여름에 기운을 잃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집의 정식상은 그래서 맛과 계절에 맞는 영양까지 고려해 차려진다.

정식은 진게장 정식(3만원) 대가집 정식(2만8천원) 종가집 정식(3만8천원) 안동정식(1만8천원) 등 여러가지다.

한씨는 그중 부담이 덜한 안동정식(1만8천원)을 주로 권한다.

탕평채 녹각편 계절전 홍갈비찜 버섯구이 삼색복초회 어복쟁반 등 7가지 코스요리와 밥,10여가지 밑반찬,후식 등이 나온다.

선명한 노란빛이 계절감을 더해주는 원추리꽃무침을 얹은 탕평채,인삼고추장으로 만들어 인삼향이 은은한 홍갈비찜 등 요리마다 향미가 독특하다.

평양전통음식인 어복쟁반은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진게장 정식을 시킬 경우 밥 한 공기는 더 먹을 요량을 해야 한다.

청주 한씨 집안에서 3백여년간 전해내려온 비법으로 담근 게장맛이 식욕을 자극하는 탓이다.

갈비삼합찜,너비아니구이,해물면잡채,금침채묵무침 등 1만~2만5천원 가량의 일품요리도 추천할만하다.

날씨가 여름에 가까워지면서 "임자수탕"(1만원)도 인기다.

임자(임자)란 "깨"라는 뜻.닭고기 육수에 볶은 흰깨와 잣을 반씩 넣고 갈아 차게 한 뒤 메밀국수를 만 임자수탕은 고소한 국물맛과 메밀국수의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양반은 깻국탕,백성은 콩국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성지방 양반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즐겼다는 설명이다.

주인 한씨는 신라.롯데호텔에서 7년간 근무한 요리사.고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열여덟살때부터 전국의 양반가를 섭렵하며 전통음식을 두루 익힌 베테랑이다.

그는 "장맛이 음식맛을 결정한다"며 된장,고추장,간장 등을 직접 담가 쓴다.

인공조미료는 절대 사양이다.

한씨는 "요즘 음식은 너무 달거나 쓰고,마늘도 너무 많이 넣다보니 재료의 향과 맛을 죽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큰기와집 음식은 담백한 게 특징이다.

덕분에 주변의 화랑에 오는 문화예술인들 중에 단골이 많다.

다닥다닥 붙은 한옥 3채를 연결,70석 규모의 자리를 마련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