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작가 이화경(37)씨는 6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첫 창작집 "수화(手話)"(민음사)에서 육체와 영혼의 고통에 신음하는 인간군상의 삶을 추적한다.

이씨는 개인내면의 진술에 의존하던 90년대 여성작가들의 경향에서 벗어나 세상과 격리된 다양한 인물들의 아픔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표제작 "수화"에 등장한 서른아홉살 독신 노처녀 "나"는 여고시절 고향집에서 작두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잃어버린다.

앞이 캄캄한 생 앞에 다정한 친구가 구원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나의 애정은 집착의 형식으로 나타나고 결국 그녀는 나를 버린다.

이후 나는 세상과 담을 쌓고 교정 프리랜서로 살아간다.

나에게 "프리"란 고독이며 고통을 의미한다.

프리는 굶는데도 프리다.

손가락이 없는 나는 수화라는 소통수단마저 잃은채 세상에서 고립된다.

그저 "통증을 느낀다는 것이 살아있음의 강력한 증거"라는 숙명앞에 체념할 뿐이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