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나라가 있었다.

하루는 자칭 발명연구가 한 사람이 신통한 것을 새로 발명했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떠들었다.

사람들은 궁금해서 몰려들었다.

그는 헉산에 큰 절구를 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

"에헴,오늘은 쌀찧는데 관한 발명이므로 살림살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쌀을 찧을 때 공이를 번쩍 들었다가 쾅쾅 놓아서 찧는데 그것을 가만히 보고 연구한즉,공이를 내려놓는 건 쌀을 찧으니까 필요하지만 위로 번쩍 드는 것은 헛된 힘이다 이런 말씀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편리하고 유익한 것을 발명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귀가 솔깃했다.

"에헴,자세히 들으십시오.공이를 내려놓을 땐 힘이 덜 들고 위로 쳐들 땐 많은 힘을 쓰니까,위에도 아래와 같은 절구 하나를 거꾸로 매달아 놓으면 한꺼번에 두군데 쌀을 찧을 수 있고 우리의 살림살이도 대단히 편해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소파 방정환(1899~1931)선생의 동화 "거꾸로 매단 절구"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구수하고도 재미있는 웃음 보따리로 수많은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준 이야기꾼.

뚱뚱한 배를 앞으로 내밀고 이야기에 열줄할 때면 담뱃재가 두루마기 앞자락에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흥겨워했다.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지낸 그는 서른세살에 세상을 떠나면서도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말을 남겼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하자며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었던 그는 수십편의 동화로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 선각자다.

어린이날을 맞아 그의 작품을 한데 모은 "방정환 동화집"(문학세계사,7천5백원)이 나왔다.

여기에는 대표작 "만년 셔츠"를 비롯해서 "막보의 큰 장사""시골쥐 서울구경"등 29편이 실려있다.

"만년 셔츠"는 가난한 학생 한창남이 셔츠를 사 입지 못해 체조시간에 맨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한창남의 사연을 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통해 가난하지만 사랑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뜻을 담아낸 작품이다.

"막보의 큰 장사"는 어리숙하고 우직한 남자의 횡재 이야기.

그는 암소를 십원에 팔고 돌아오다가 연못의 개구리들이 우는 소리를 "구원,구원"으로 잘못 듣고 "십원"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한닢씩 물 속에 던져넣을 정도다.

팔러 가던 소고기마저 개들에게 빼앗긴 뒤 대궐로 뛰어가 호소하다 욕심쟁이를 혼내주고 상금까지 한아름 받아 돌아오는 과정이 재미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