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88년을 맞는 일본의 대형 출판사 이와나미서점이 출판물의 디자인과 내용 등에서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해 화제다.

이와나미서점은 그동안 철학,역사,정치,사상 등 묵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테마의 서적 출판에서 일본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아 왔지만 독자층 저변확대를 위해 여성취향의 출판물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서점가에서는 지난달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와나미의 여성 에세이집을 본격적인 변신의 신호로 보고 있다.

씨 뿌리는 농부 모습을 담은 이와나미 고유의 마크가 붙어 있긴 하지만 이들 에세이집은 산뜻하고 밝은 외장과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어 종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 서점가의 평가다.

6권까지 나와 있는 에세이집 필자들의 연령도 한결 젊어졌다.

''엄마와 모짱''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낸 미치우라 모토코씨만이 1950년 이전 출생일 뿐 나머지 5명의 필자는 모두 1958~59년 사이에 태어난 비교적 젊은 세대다.

40대 여류인사들의 에세이집을 앞세워 30대 후반 이후의 여성독자층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60대 이상의 독자층에서 탄탄하고도 높은 지지를 누렸던 이와나미의 발자취를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라는 것이 일본 출판계의 지적이다.

책값에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에세이집들의 판매가는 권당 1천5백엔씩으로 독자들이 별 부담없이 사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와나미의 변신은 서점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출판사 판촉과의 와타나베 도모카씨는 "이와나미에서도 이런 책이 나오느냐며 놀라는 서점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며 "저자 사인회라도 열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나미는 1990년 이후 매출이 제자리 걸음에 그치는 해가 많아진 데다 신간의존률이 높고 다시 찍어내는 책이 적어지자 매출부진 타개를 위해 이같은 변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