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중흥기의 옹정 황제와 현대 중국의 주룽지 총리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냉혹한 결단을 내리는 면부터 닮았다.

국가기강을 세우고자 사형 명령을 연발하던 옹정제와 밀수선박은 추격할 필요도 없이 바로 포격하라는 주룽지.

모든 욕은 내가 먹겠다며 엄한 정치를 펴던 옹정제와 내 관을 준비하라며 배수진을 치는 주룽지.

중국 작가 이월하의 역사소설 ''옹정황제''(출판시대,전9권,각권8천원)에는 난세의 군주에게 배우는 천하경영의 비법이 숨겨져 있다.

이 작품은 ''강희대제''(전12권)에 이어 소개되는 제왕삼부곡의 두번째 편.

1차분 3권이 먼저 나왔고 나머지는 6월까지 완간될 예정이다.

제왕삼부곡은 청나라 최고 강성기의 강희·옹정·건륭제 이야기를 다룬 대작.

장쩌민과 리펑 주룽지 등 중국 지도자들이 필독서로 택해 더욱 화제를 모았으며 ''훔쳐서라도 읽어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3편 ''건륭황제''(전18권)도 곧 출간된다.

옹정제는 조선 역사 속의 태종 이방원처럼 피비린내를 풍기며 등극했다.

강희제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골육상쟁을 거쳐 대권을 잡은 중국판 ''용의 눈물''의 주인공이다.

그는 13년간의 통치를 통해 냉혈왕으로 불릴만큼 강력한 정치를 펼쳤다.

하루 8천자씩 결재하면서 4시간 잠자는 것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정무에 매달렸다.

중요한 국사는 반드시 직접 지휘했다.

아무리 인기 없는 개혁정책이라도 과감하게 밀고 나갔다.

이번 1∼3권에는 강희제 말년의 혼란기에서부터 옹정제의 황제 등극까지가 그려져 있다.

황자들이 태자의 자질을 문제 삼으며 두차례나 태자폐위라는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넷째 황자 윤진(옹정)은 사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뛰어난 책사 오사도의 도움으로 형제들의 싸움을 한발 비켜서서 관망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강희제가 맡긴 일이라면 빈틈없이 수행해 신임을 얻었다.

마흔다섯에야 황제가 된 그는 궁중정치의 음모와 갈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등극하자마자 사정없이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놀고 먹는 만주족 상류층에 토지를 주고 농사를 짓게 했으며 7백만냥에 불과한 국고를 6천만냥으로 불렸다.

인재등용도 파격적이었다.

과거제가 붕당의 요인이 된다며 직접 사람을 골라 썼다.

역사가들이 ''선의에 가득찬 악의의 독재군주''로 평했지만 그는 끊임없는 개혁 드라이브로 국가재정을 건실하게 만든 황제였다.

아버지 강희제가 ''화(和)''로 대성했다면 그는 ''강(强)''으로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이 소설에는 오늘날의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갖춰야 할 경영의 지혜가 담겨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