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식보(食補)가 최고의 보약"이라고 했다.

음식을 잘 먹는 게 가장 좋은 약이라는 뜻.

최근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알려온 비구니 선재 스님(서울 보타사 주지)이 오는 10일 보타사.대원암에서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개원,사찰음식의 연구,보급을 본격화한다.

청매화가 활짝 핀 보타사에서 선재 스님을 만났다.

"요즘 잘못된 음식문화와 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인 사찰음식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 사찰음식의 올바른 전수와 연구 및 교육을 위해 연구원을 차리게 됐습니다"

선재 스님은 "스트레스와 공해,인공조미료 때문에 조급증 등으로 시달리는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려면 사찰음식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찰음식이 처음에는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즐길 줄 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얘기다.

"사찰음식은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일반적인 음식은 물론 건강을 위한 채식이나 자연식과도 다릅니다.

일반적인 음식과 채식,자연식의 기능에다 정신까지 맑고 건강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수행자의 음식은 조리법 식사법은 물론 음식을 대하는 태도부터 일반음식과 다르다.

''모든 음식은 약''이라는 게 기본 태도다.

맛이나 식욕을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육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방편이라는 것.

파 마늘 등 매운 맛을 내는 오신채(五辛菜)와 육류,화학조미료 등을 쓰지 않고 천연조미료만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낸다.

선재 스님은 "부처님이 수행자들에게 권장한 식생활을 스님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전하고 싶다"면서 4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제철 음식을 먹을 것,골고루 섭생할 것,과식은 금하고 육식은 절제할 것,하루중에도 때에 맞는 음식을 먹을 것 등이다.

"예를 들어 봄에는 가래와 심화병이 잦기 때문에 쑥이나 씀바귀 등 쓴 맛을 내는 봄나물을 먹으라고 권하셨어요.

또 아침에는 죽,점심에는 딱딱한 음식,저녁에는 과일즙을 먹으라고 했는데 아침에는 뇌,낮에는 위장,저녁에는 간과 심장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 출가한 선재 스님은 94년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졸업논문으로 ''사찰음식문화''를 발표하면서부터 사찰음식 보급에 앞장서왔다.

이후 95년 3월부터 지금까지 불교방송의 ''푸른 맛 푸른 요리''를 통해 사찰음식을 소개해왔고 지난해 말''선재스님의 사찰음식''(디자인 하우스)이라는 책도 썼다.

선재 사찰음식 문화연구원은 개원과 함께 일반인과 요리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4개월 과정의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며 사찰음식체험 행사도 마련할 계획.

7일에는 ''현대인과 음식,불교건강법''을 주제로 무료강좌도 연다.

(02)928-2074,923-4067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