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22)은 아침시간대 시청자들에게는 낯익은 얼굴이다.

MBC 일요아침드라마 ''눈으로 말해요''에서는 감우성을 쫓아다니던 당찬 아가씨로,일일 아침드라마 ''사랑할수록''에서는 요리를 좋아하는 말수 없는 넷째딸로 매일 아침 시청자들과 만났었다.

그가 방송 데뷔 1년여 만에 저녁 황금시간대의 주연자리를 꿰찼다.

오는 26일부터 ''아줌마'' 후속으로 방송되는 MBC 새 월화드라마 ''홍국영''(연출 이재갑,극본 임충,오후 9시55분)에서 정웅인 이태란 김상경과 나란히 주연으로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조선 영·정조 시대의 풍운아 홍국영의 사랑과 야망을 그린 작품이다.

정소영이 맡은 역은 홍국영과 사랑에 빠지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그의 정적 정후겸의 측실로 들어가게 되는 비운의 여인 ''여옥''이다.

정소영은 자신이 ''여옥''으로 캐스팅됐다는 사실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연기경력 1년 남짓의 신인에게는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설마하고 이재갑 감독님을 찾아갔더니 ''내가 왜 너를 캐스팅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지난 99년 신입 연기자 공채 당시 유난히 수줍음을 타는 정소영을 보고 이재갑 CP는 사극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복 맵시가 잘 어울리는 것도 눈에 띄었다.

연기경력 1∼2년 만에 정형화된 연기에 길들여진 신인들과 달리 여전히 때묻지 않은 정소영에게서 연기와 연출의 여백을 찾은 것이다.

연출가의 기대가 부담이 될 법도 한데 대답이 의외다.

"별로 걱정안해요.연출가나 작가분이 이 분야에서는 베테랑이시잖아요.오히려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게다가 웅인오빠나 상경오빠도 사극출연은 처음이라 서로 격려해주면서 호흡을 맞춰가거든요"

정소영은 "그동안에는 과연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일차적인 문제로 고민했지만 이번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는 연기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얘기를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소박한 듯하지만 무척 큰 포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