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물이 제철을 만났다.

고로쇠물이 나는 곳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주말이면 하룻밤 머무를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염려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다.

고로쇠물은 해발 6백m 이상의 고지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 수액이다.

굵은 줄기 아랫부분을 드릴로 뚫어 상처를 낸 뒤 가는 호스를 끼워 받아낸다.

고로쇠나무가 생명 유지를 위해 뿌리에서 영양분과 함께 빨아들인 수분을 중간에서 슬쩍 가로채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에서 하루 0.5리터 정도를 받을수 있으며 한 그루당 평균 채취량은 2리터 정도다.

낮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따뜻하고 밤기온은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는 등 일교차가 크고 맑은 날 특히 많이 나온다.

경칩을 전후한 보름 동안 가장 많이 채취되며 효능도 으뜸으로 치니까 이즈음이 절정인 셈이다.

고로쇠물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은 고로쇠물의 약리 효과에 대한 믿음 때문.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가 변해 고로쇠가 되었다는 전설에서 그런 믿음의 단서를 엿볼수 있다.

통일신라말의 고승 도선국사가 오랫동안 가부좌를 틀고 도를 구한 뒤 일어서려 하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옆에 있던 고로쇠나무 가지를 의지해 일어서려는데 그만 가지가 부러졌고 거기서 배어나온 수액을 마시고 무릎이 펴졌다고 해서 골리수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로쇠물은 2%의 당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람의 골격 형성에 필요한 영양소인 칼슘,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 등 10여종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성분분석 결과도 나와 있다.

한방에서도 고로쇠물을 마시면 위장병, 폐병, 신경통, 관절염 등에 효험을 볼수 있다고 한다.

고로쇠물은 한꺼번에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뜨끈한 온돌방에서 땀을 흘리며 마신다.

단시간에 많이 마시기 위해 짭짤한 오징어 멸치 등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짠 음식을 먹으면 갈증이 나 더 많은 양의 고로쇠물을 마시게 되는 이치다.

하룻밤에 18리터 들이 한통을 혼자 또는 둘이 나눠 마시기도 한다.

고로쇠물을 이렇게 마시면 쌓인 노폐물이 소변을 통해 체외로 빠져나가고 고로쇠물의 유익한 성분은 잘 흡수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로쇠물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틈 날때마다 물 대신 마시는 사람도 많다.

냉장고에 넣지 않은 고로쇠물은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에 보관하는 게 좋다.

보름이 지난 것은 상했을 염려가 있으니까 버리도록 한다.

3~4일이 지나면 뿌옇게 부유물이 뜨기도 한다.

이는 식물성 섬유질과 당분이 뭉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삼베나 천으로 걸러내 마시면 된다.

국을 끓이거나 요리를 할때도 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