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연기자들은 한결같이 통통 튀는 배역을 선호한다.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는 역할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새파랗게 젊은 여자 연기자에게 미혼모 역을 맡긴다면 질색할 게 뻔하다.

"미혼모를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는 사회풍조도 문제예요.

내 주위 사람은 그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한다리만 건너면 친구나 동생의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남의 문제라고 회피하고 미룰 게 아니라 이제는 우리 문제라고 끌어안아야 해요"

스물두살 젊은 연기자의 생각치고는 퍽 속깊은 얘기다.

5일부터 방송하는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비단향꽃무''(연출 박찬홍,극본 김지우,오후 9시50분)의 주인공 영주 역의 박진희.

"영주가 미혼모가 되기 전에 지녔던 왈가닥기질은 실제 제 모습과도 많이 닮았어요.

대본을 쭉 읽으면서 참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중 영주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 우혁(이창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세파에 당당하게 맞서는 강인한 여인이다.

비단향꽃무는 영주의 탄생화.어떤 역경도 용감하게 극복하며 지금의 모습이 가장 훌륭하다는 꽃말을 지녔다.

미혼모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들른 인터넷사이트에서 예상과 달리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여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단다.

"그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직접 읽으면서 무척 안쓰럽고 가슴이 아팠어요.

제가 맡은 영주 역을 통해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침 친구 어머니가 미혼모를 돕는 일을 해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재기발랄한 여대생답게 말재간이 여간 아니다.

"경림 언니랑 붙어다니면서 말이 조금 늘었나봐요"라며 가볍게 받아넘긴다.

박경림과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선후배 사이.

미니시리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이후 6개월간 쉬면서 모처럼 학점관리를 한 덕분에 지난 학기 성적이 가장 잘 나왔다.

"전에는 밤샘촬영을 마치고 학교 가면 만날 졸았거든요.

시험볼때는 ''교수님 죄송합니다''로 답안지를 작성했는데 모처럼 교수님 볼 낯이 서더라구요"

화를 냈다가도 5분 만에 풀리는 다혈질인 데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애를 많이 먹는다고 하소연이다.

방송국 로비에서 만난 작가가 ''작품 한번 같이 해야지''하면 아무 대책없이 ''네 그래요'' 했다가 뒷감당 때문에 혼나기 일쑤다.

"영화 ''다잉 영''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갈 때 그를 곁에서 지켜주는 배역과 라디오 DJ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