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과 군복"

언뜻 생각하기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어울려 올 봄 패션을 장식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은 2001 봄.여름 컬렉션에서 얼룩덜룩한 군복 무늬인 카무플라주(Camouflage,위장이라는 뜻)와 화려한 꽃프린트가 결합된 여성적인 밀리터리룩을 선보였다.

그 이후 거의 모든 패션 회사가 이 문양을 자사의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한층 우아하고 여성스러워진 이번 시즌 밀리터리룩에 대해 살펴보자.

카키색,반듯하게 맨 벨트,계급장,직선의 넓은 어깨,가슴과 허리 부분의 포켓...

"밀리터리룩"하면 떠올려지는 몇가지 요소다.

밀리터리룩은 매시즌 컬렉션마다 등장하는 패션쇼의 단골손님이지만 유독 올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그 존재가 두드러졌다.

첫째 이유는 복고바람이다.

밀리터리룩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2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유행을 다시 되살리고 있는 복고바람속에 밀리터리룩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둘째는 지난 세기말 패션을 이끈 미니멀리즘이 밀리터리룩과 결합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단순미와 기능성을 자랑하던 미니멀리즘은 90년대 후반까지 패션계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아 화려하고 장식많은 로맨티시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출구를 잃어버렸다.

미니멀리즘파 디자이너들은 이번 봄 밀리터리룩을 디자인에 도입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여성복 브랜드 abfz의 양일지 디자인 실장은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군복 스타일을 가미하면 양념과 같은 재미가 더해진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올 봄의 밀리터리룩은 이전과 다르다.

지금까지는 남성적인 패션을 대변해왔지만 올해는 우아하고 여성스럽다.

카키색 꽃무늬치마와 흰색 가죽 재킷을 어울린 루이비통 컬렉션은 벌써 올 봄 최고의 히트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은 가장 적극적으로 카무플라주 프린트를 활용한 브랜드다.

광택이 돌고 몸매가 드러나는 신축성소재로 섹시한 밀리터리룩을 완성시켰다.

몸에 꼭 맞는 원피스,가슴 바로 밑 길이의 짧은 점퍼 등 도발적인 디자인으로 21세기 밀리터리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크리스찬 디올은 옷뿐 만 아니라 가방과 굽높은 구두에도 군복의 개구리 문양을 사용했다.

일본 브랜드 콤데가르송은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카무플라주 무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국내 디자이너도 다양한 밀리터리룩을 내놓았다.

여성복 앤디&댑의 김석원 실장은 커다란 견장이나 뻣뻣한 소재 대신 작은 견장과 주머니,부드러운 실크 원단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디자이너 강진영씨는 금색 체인과 반짝이는 카키색 원피스를 매치해 색다른 밀리터리룩을 보여줬다.

그밖에 많은 의류브랜드가 군복패션에 봄 장사의 승부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무플라주 무늬의 소품을 활용해 밀리터리룩을 시도해볼 것을 권했다.

카키톤의 짧은 바지나 장미꽃 문양의 풍성한 스커트에 카무플라주가 그려진 스카프를 매치하는 식이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