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국내 최초의 연극전용극장이었던 동양극장을 소재로 한 시대극을 선보인다.

KBS는 오는 6월부터 특별기획 드라마 ''동양극장-바람과 별의 노래''(연출 김종창,극본 이상현)를 30부작으로 방영할 예정이다.

동양극장은 1931년 11월 1일 서대문 언덕(현재 서대문 사거리 농협 자리)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형태의 연극 전용극장.

이전까지 유랑극단의 쇼에 불과했던 국내 연극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며 대중연극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한 기념비적 문화공간이었다.

회전무대시설까지 갖췄던 동양극장은 평균 3개의 전속극단을 두고 1개월 동안 4∼5개의 공연레퍼토리를 선보였으며 연중 무휴 전국순회공연을 가졌다.

또 배우 작가 스태프의 전속제를 도입하는 등 운영에 있어서 근대적인 면모를 갖췄다.

동양극장은 지난 76년 폐관됐으며 90년 건물마저 헐렸다.

KBS는 총 8억2천만원을 투입,수원에 동양극장을 재현한 오픈세트장을 건립중이며 이달말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드라마 ''동양극장…''은 동양극장에서 예술혼을 불살랐던 남녀 배우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삶을 30년대의 시대상과 함께 재현한다.

특히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초창기 한국연극의 모습과 월북작가를 포함한 수많은 연극배우들의 인생유전을 함께 조명할 예정이다.

''1백년에 한번 나온다''는 명배우로 꼽혔던 월북배우 황철과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시대를 풍미하다 25세에 요절한 차홍녀가 주인공으로 설정됐다.

두 사람은 ''홍도야 울지마라''로도 유명한 ''사랑에 울고 돈에 속고''의 주연배우로 등장,당시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인기배우.

동양극장 설립자인 홍순언과 임성규 문예봉 등 예술인의 사랑과 우정, 김두한 등 당시 협객들의 이야기도 드라마속에 담아낼 예정이다.

황철 역에 이재룡이 유력하며 차홍녀 역에는 오연수 김지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종창 PD는 "국내 연극의 르네상스를 실현시켰던 30∼40년대의 동양극장을 통해 그동안 이념 때문에 외면당했던 인물과 근대연극에 대한 뿌리찾기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