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암호로 불리는 게놈.

지난해 인간 게놈 지도의 초안이 발표된 이후 과학과 윤리를 둘러싼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최근 번역된 ''게놈''(매트 리들리 지음,하영미·전성수·이동희 옮김,김영사,1만4천9백원)은 23쌍의 염색체로 그린 인간 생명의 설계도라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뽑은 ''2000년 최고의 책'' 논픽션 부문 1위를 차지한 책이다.

저자는 ''이코노미스트''지 과학 저널리스트 출신의 국제생명센터 회장.

그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의 기술적 측면보다 지금까지 게놈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통해 인간의 지능이나 운명,기억,심성 등을 어떤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생명과학에서 가장 혁명적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게놈 연구와 그 속에 깃든 인간 본성의 뿌리를 대비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인류의 자서전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전체 구성도 염색체처럼 23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저자는 각 장의 주제를 생명 종 운명 환경 지능 성 치료 등으로 나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지능과 연관된 6번째 염색체에 대해서는 지능이 유전적인 것이냐,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이냐를 두고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들려준다.

성과 관련된 15번째 염색체와 관련해서는 남자와 여자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성의 특질은 본질적으로 타고 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정치학적 관점의 20번째 염색체 얘기에서도 그는 질병과 사회,임상과 정책의 허울을 지적하며 영국의 광우병 소동에 빗대어 뇌 속의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실감나게 그려보인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