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던데요"

근 4년 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홍리나(33)가 파격을 시도했다.

6일부터 ''덕이'' 후속으로 방송되는 SBS 주말극장 ''그래도 사랑해''(연출 허웅 극본 허숙)에서 농도짙은 요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허영심과 성적 욕망에 사로잡힌 여인 이경화 역이다.

5편의 사극과 아침드라마를 통해 지고지순한 여인의 이미지가 친숙한 홍씨에게는 ''파격''이다.

"지금까지 맡아온 배역이 대부분 조신하고 희생적 여인의 캐릭터라서 개인적으로 무척 답답했어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고정된 듯한 제 이미지를 깨뜨려보고 싶어요"

3,4회에서 홍리나는 첫사랑 수재(황인성)를 붙잡기 위해 육탄공세도 마다하지 않는다.

진한 화장과 반라의 연기도 불사했다.

스스로 "에로 영화를 방불케했다"며 얼굴을 붉힐 정도다.

물론 주변에서는 반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이제 갓 데뷔한 신인도 아니고 제가 지금까지 연기자로서 쌓아온 신뢰가 이만한 변신은 상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도 사랑해''는 억척스러운 시골처녀 오순미(명세빈)가 갖은 역경을 딛고 사랑과 주택사업가로서 성공을 이룬다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

홍리나가 맡은 이경화는 부잣집 안방마님에 대한 동경과 남성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변덕스런 캐릭터다.

그동안 팬들로부터 "또 사극이에요"라는 말을 신물나게 들어 갑갑했다는 그는 이경화 역이 무척 매력적이란다.

잦은 사극출연에 대한 부담과 겹치기출연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작년에는 손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부인역으로 캐스팅됐었다.

사극인데다 당시 KBS의 아침드라마 ''누나의 거울'' 스케줄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97년 MBC 드라마 ''산'' 촬영중 절벽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던 그는 "사고가 일에 대한 고마움과 연기에 대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평소 친구좋아하기로 유명한 그는 요즘 나이를 절감한다.

절친했던 채시라 이주경 등 동료들이 하나둘 시집가고 나니 절로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조카들이 갈수록 이뻐보이는 게 아마 시집갈때라는 얘기같은데 또 드라마를 시작했으니 당분간 힘들겠죠"만나는 사람마다 언제 시집가느냐고 묻는 바람에 이제 이골이 났단다.

아예 공개적으로 "좋은 남자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하고 넉살을 부리기까지 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