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동안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은 책을 산 고객으로 뽑힌 오승기씨(39.제주 서귀포시).

그는 지난해 교보문고 회원카드로 3백48권의 서적을 구입했다.

액수로는 5백70여만원에 달한다.

"주로 아들의 교육을 위한 책들을 샀습니다. 현재 저술하고 있는 "학습법"과 관련해 참고 서적들도 필요했고요. 그렇게 많은 책을 구입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알고보니 오승기씨는 지난 96년 아들 오신석군(17)과 함께 방송대에 합격,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주인공이었다.

당시 신석이는 13살의 나이에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최연소로 합격한데다 토익(TOEIC)과 일본어시험(JPT)에서 각각 7백40점,8백5점을 받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신석이는 제주 위미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해 중졸 검정고시와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중학교 2학년이어야 할 나이에 법대를 다니고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3개씩이나 마스터해 주위에서는 그를 "신동"이라 불렀다.

하지만 신석이의 실제 IQ는 1백12.

같은 또래 평범한 아이들과 별로 다를게 없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아버지 오씨의 독특한 교육법 덕분이었다.

그는 일본 NHK뉴스를 녹화해 아들에게 매일 틀어줬다.

성경도 일본어판으로 바꿨다.

일본 사람이 성경을 낭독한 테이프도 반복해 듣도록 했다.

8살때 신석이는 같은 또래 일본애들 만큼 일어를 할줄 알게 됐다.

영어와 중국어도 같은 방법으로 익히도록 했다.

고졸인 오씨도 신석이를 가르치면서 공부를 새로 시작했다.

그는 아들을 가르쳤던 방법을 "신돌이 학습법"이란 책으로 냈다.

오씨는 이 책에서 "조기교육 탓도 있겠지만 학교에서처럼 "읽기""쓰기"순서로 배우지 않고 어린이가 모국어를 익히듯 "듣기""말하기"를 먼저 시작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나름대로의 비법을 공개했다.

오씨는 우리 외국어 교육이 지나치게 문자 중심적이라고 비판한다.

귀가 트이고 입이 열린 다음 단어를 암기하고 문법 등을 익혀야 하는데 순서가 거꾸로 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외국어 조기교육 보다는 일단 모국어를 착실하게 배우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오씨는 아들을 학교에 제대로 보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그 와중에 아내도 가출했다.

그러나 그는 자식교육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오씨는 월수입 30만원의 양봉업을 하다 그것도 여의치 않아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현재 오씨는 전국에서 회원 1백여명을 모집,자신이 개발한 "신돌이 학습법"을 알리고 있다.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해 내년께에는 새로운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많은 책을 읽고 연구해 교육방법에 관한 좋은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