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찬(47)씨가 신작 장편 ''그림자영혼''(세계사)을 펴냈다.

정씨는 신과 구원,절대권력과 역사의 문제를 소설의 화두로 삼아온 작가다.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1983년 등단,소설집 ''기억의 강'' 중편 ''슬픔의 노래'' 장편 ''로뎀나무 아래서'' 등을 발표했다.

''그림자영혼''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을 모티프로 한 관념소설이다.

정신과 의사인 ''나''는 어느날 자신이 러시아에서 스타브로긴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김일우를 만나게 된다.

스타브로긴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악령''의 주인공이다.

악마적 영혼의 소유자인 스타브로긴은 한 소녀를 부추겨 자살토록 한 뒤 스스로 목을 맨다.

김일우가 발견한 ''나''의 글은 소설 ''악령''에 대한 프로이트의 해설을 소개한 것이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오이디푸스적 상황이 만들어낸 신경증환자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억압적인 아버지를 증오했다.

그 아버지가 농노에 의해 살해되자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의 꿈이 현실화된 데 죄의식을 느낀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자기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프로이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도박벽이나 간질 발작은 일종의 자해였다고 생각했다.

''나''는 김일우와의 상담에서 살부(殺父)에의 무의식적인 욕망을 감지한다.

김일우의 아버지는 김일우가 어머니라고 상상하던 여인을 겁탈했다.

김일우는 여인을 저주했고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결국 김일우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타브로긴처럼 목을 맨다.

김일우의 유서에는 소설속 스타브로긴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나 스스로 한 일이니 누구의 죄도 아니다''가 적혀있었다.

정씨의 소설은 인간의 죄의식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현실과 허구의 문제를 함께 제기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강가에서 만난 스타브로긴은 김일우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이곳은 당신 꿈의 한 귀퉁이입니다.

나는 당신의 꿈 속으로 흘러들어온 나그네지요.

인간은 허구이자 실체입니다.

허구와 실체 사이를 방황하는 날벌레입니다''

작가는 ''삶은 하나의 무대''라며 ''서있는 자의 위치에 따라 현실이 허구가 되고 허구가 현실이 된다''고 주장한다.

또 정씨는 "악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추구한 스타브로긴은 황폐한 영혼을 지닌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였다"며 "그의 고독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