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의 영향에도 불구하고,착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요 구매층이었던 기업들의 미술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경매장을 찾아와 중.저가품을 찾는 일반인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게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의 가장 큰 흐름이다.

서울 평창동 서울경매장이 지난2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경매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액은 49억원규모.

지난해의 40억원에 비해 늘었다.

올해 경매 횟수가 지난해(22회)보다 크게 줄어든 12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경매 1회당 매출액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서울경매의 이학준이사는 "어려운 경제여건속에서도 일반인 등 실구매자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경매장 신풍속도=40∼50대 순수 미술품 애호가들로만 메워지던 경매장 모습이 최근 들어 사라졌다.

올해 들어 경매장을 찾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의 일반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경매 박혜경 과장은 "경매 횟수가 거듭될수록 일반 고객들이 늘어 요즘에는 이들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일반 고객들은 5백만원 이하의 경매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경매는 원로 및 중견작가들의 근.현대 유화작품과 고가의 고미술품들이 출품되는 명품경매전.명품경매전은 1년 중 봄·가을에 개최되는 일종의 ''그랜드 세일''로 이 때는 미술애호가 화랑관계자는 물론 대기업 벤처기업인 일반인들로 열기가 넘친다.

이같은 열기를 반영,지난해 10월 실시된 명품경매에서는 전체 낙찰가가 5억7천만원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지난 4월에는 13억원,10월에는 무려 22억원을 넘어섰다.

◆최고가품·최저가품=지난 4월말 제23회 명품경매전에 나온 고 김환기의 ''무제''(1백호)가 국내 미술품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낙찰가는 3억9천만원.이는 지난해 경매에서 1억9천8백만원에 팔린 박수근의 작품 ''뒷골목''의 최고 기록을 깬 가격이다.

''무제''는 김 화백이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1972년에 그린 작품으로 어떤 형상을 이루기 위한 의도를 배제한 채 푸른 물감이 번지는 대로 한점 한점 찍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 신비로움과 무한한 공간미를 느끼게 한다.

고미술품으로는 지난 10월 제30회 명품전에 나와 3억3천만원에 낙찰된 ''청화백자산수문편병''(17X19㎝).

창의적인 기형과 그림 솜씨가 돋보이는 조선후기 백자다.

최저가 낙찰품은 지난 5월 애니메이션 경매에서 1천원에 낙찰된 뱀주사위놀이기구지만 이 낙찰품은 미술품으로 볼 수 없어 실질적으로 가장 싸게 팔린 작품은 10만원대에 낙찰된 이동기 여동헌씨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다.

서울경매측은 "애니메이션 경매에서 10만∼50만원 미만대의 작품 40여점이 팔렸다"고 말했다.

서울경매는 오는 15∼16일 서울 평창동 미술품경매장에서 올해 마지막 경매행사를 갖는다.

15일 경매에는 김환기의 ''산월'',천경자 ''스카프를 맨 소녀'',권옥연의 ''소녀'' 등 소품에서부터 김종학의 5m가 넘는 대형작 ''설악산'' 등 중견작가의 작품 1백50여점이,16일에는 1백만에서 3백만원대의 중저가 작품 1백20여점이 출품된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