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개방을 내세우면서도 보수와 차별을 버리지 못하는 나라,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면서 경쟁과 경계를 늦추지 않는 사회,세계화를 이끌면서 정작 자신은 자국중심주의를 고집하는 국가,미국.

''미국 현대 문명 보고서-게이 레즈비언부터 조지 부시까지''(이채,1만2천원)는 이처럼 야만과 문명의 두 얼굴을 지닌 ''미국''이라는 거대한 실체를 명철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꿰뚫어보는 책이다.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주미특파원과 사회2부장을 거쳐 현재 정치부장(부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박영배씨와 그의 아내이자 미국 현대사를 전공한 신난향씨.

머리글에서 밝혔듯 한 사람은 정치·사회적인 분야에,다른 한 사람은 역사·문화·가정 문제에 각각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편중된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이면서도 다각적으로 미국 사회를 조명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 교육 인종 민족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게이 레즈비언 누드족 문제를 비롯해 로비문화,대통령 성희롱 사건,미혼모 문제,학교 교육과 가정의 홈스쿨,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갈등,텍산의 영웅주의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책은 한 연예인의 ''커밍아웃''(동성애자가 자신의 성향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동성애자들의 얘기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들은 매년 6월 맨해튼에서 열리는 ''게이 레즈비언 퍼레이드''가 사회적 저항을 받지 않고 어떻게 그처럼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는지 그 역사적 기원을 파헤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동성애 문제를 단지 흥미의 대상이 아닌 미국 문화의 한 현상으로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저자들은 또 돈·로비·섹스에 얽힌 워싱턴의 로비문화와 백악관에서부터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판을 치고 있는 성희롱 문제,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한 미국인의 대응방식을 샅샅이 살펴본다.

자본주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돈이 미국에서 가지는 위력,즉 돈의 역사성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밖에도 미국인의 가치관과 가정생활 등 일상문화에 대해서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씨가 "''미국식 표준''을 떠받치고 있는 미국적 문화와 삶의 방식,그 빛과 그림자를 꼼꼼하고 도드라지게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지피지기''의 지혜와 자기성찰의 계기를 제공해준다"고 평한 것처럼 이 책은 온갖 문제투성이 속에서도 미국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