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은 우리 몸에 벌레를 기르나니 뇌와 심장을 갉아먹는다. 기(氣)를 취하면 뼈가 황금으로, 살이 옥으로 변해 영원히 살 수 있다''

이는 장생불사의 신화체계인 도교의 양생법이다.

노자의 첫 구절은 줄줄 외는 식자라도 도가(道家)와 도교(道敎)의 차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신선가(神仙家)까지 끼어들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이화여대 중문과 정재서(47) 교수의 ''도교, 문학, 그리고 상상력''(푸른숲, 1만5천원)은 도교를 문학과 같은 허구의 상상체계로 파악, 상상력의 회복을 통해 21세기 인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 책이다.

정씨에 따르면 현대는 소수 거대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이성주의에 입각한 표준적 담화보다 상상력에 기초한 창조적 사유가 요구된다.

"그동안 도교는 허무맹랑한 소문으로 치부돼 왔습니다. 이는 우리 학계에 은연중 행사돼 왔던 상상력의 억압과 관계 있습니다. 근대학문의 편협한 실증주의는 인문학, 나아가 문학의 발전을 저해했죠"

본래 도가는 무위자연의 노장사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선가는 불사의 묘법에 관한 또 다른 사상. 전자는 정신의 자유를,육체의 해방을 강조한다.

전국시대 양자가 합쳐지니 바로 도교다.

일찍이 루쉰은 중국의 뿌리를 도교라 했는데 이는 도교(Religious Taoism)가 절대다수 문맹자의 기복신앙이었음을 뜻한다.

유교와 불교가 지배층의 문화로서 중국인의 ''의식''을 지배했다면 도교는 민중 종교로 ''무의식''을 장악했다.

"노자는 말하여질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道可道非常道). 언뜻 말에 대한 불신은 문학에 대한 부정과 직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인위적인 제도를 거부하는 자연 사상은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 역설적으로 문학을 풍요롭게 했습니다"

언어는 상대적인 것만 표현할 뿐 절대적 진리를 담을 수 없다는 노자의 사상은 도교적 미의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더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미덥지 아니하다(信言不美, 美言不信)'' 등이 대표적인 예.

그러나 도교의 미의식은 심미적 최고 경지로 숭배됐다.

미묘하고 담백한 것을 으뜸으로 치는 미의식은 동양의 산수화 등에 두루 퍼져 있다.

정씨는 이번 책에서 도교 경전 ''태평경'' 및 ''포박자'' 분석을 통해 도교의 본질이 논리성이 아니라 이야기성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세상을 이해하는 인식 틀입니다. 우리는 논리보다 설화를 통해 사물을 쉽게 받아들입니다. 서사성의 회복은 21세기 학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정씨는 1985년 ''산해경''을 역주해 낸데 이어 평론집 ''동양적인 것의 슬픔'' 등을 펴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