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생명은 자기만의 색깔이다.

연기자든 가수든 시청자의 뇌리에 선명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면 인기는 덧없이 사라지는 법.

2집 앨범까지 발표한 채정안(23)은 가수로서는 확실한 색깔을 지녔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로 데뷔한 연기자다.

지난 96년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데뷔한 후 ''짝사랑'' ''종이학'' 등에 출연했지만 뚜렷한 이미지를 남기는 데는 실패했다.

그가 2년여 만에 연기자로 돌아왔다.

지난 13일부터 방송중인 KBS 월화드라마 ''눈꽃''에서 개성강한 젊은 수의학도 역을 맡았다.

모처럼 연기자로 복귀한 채정안은 "이번 기회를 통해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대본이나 캐릭터에 대한 꼼꼼한 고민이 없었어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예요"

당연히 ''눈꽃''에 출연하는 자세가 예전같지 않다.

"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라디오와 TV MC도 그만뒀고 쇼프로그램에 게스트로도 출연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물론 3집 앨범 준비도 뒤로 미뤄야겠죠"

그가 맡은 수의학도 서지호는 남자 주인공 태빈(김상경)을 사랑하는 밝고 씩씩한 인물.

''사랑 쟁취주의''를 주장하는 당찬 여성이다.

그는 "극중에서 사랑의 정의를 얘기하듯 사람들의 관계를 정리하는 독특한 캐릭터"라며 나름대로의 분석을 곁들였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누군가를 잠 못이룰 정도로 사랑해본 적도 없는 사랑의 백치란다.

평소 차 안에 강아지 ''산타''와 원숭이 ''달숙이''를 데리고 다닐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는 그에게 수의학도 역은 더없이 제격이다.

"동물원에서 호랑이 새끼들을 돌보는 촬영을 NG 없이 한번에 끝냈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말재간이 보통이 아니다.

"주위에서 개그맨을 사귀냐고 묻기도 해요.

아마 방송을 자주 하다 보니 말주변이 조금 늘었나봐요"

그는 "한 때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영화도 해 보고 싶었지만 이제 모든 게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며 "''눈꽃''이 진행되면서 성공적인 캐스팅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게 개인적인 희망"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춤과 자신감으로 무대를 휘젓던 그의 당찬 모습을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