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무솔리니 정권은 사회주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를 체포,''20년간 그 두뇌가 활동하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법정은 수인의 사유가 체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기구를 금지했다.

편지도 한달에 두번으로 제한했다.

수년 뒤 그람시는 중환자가 되어 겨우 펜을 얻었다.

유명한 ''옥중수고''는 그때 이후 쓰여진 것이다.

그람시 인생의 마지막 11년을 담고 있는 ''감옥에서 보낸 편지''(민음사)가 번역됐다.

아내와 아이들,친척과 옛동지들에게 보낸 편지 2백통이 담겨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던 혁명가가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그럼에도 끝까지 자기 자신을 지켜가는 모습이 눈물겹게 그려진다.

''나는 용기있게 살기 위해 외부로부터 정신적 도움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가장 불행한 조건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891년 사르데냐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람시는 아침은 커피로 때우고 점심 겸 저녁 한끼만 먹는 생활을 하며 고학으로 토리노 대학을 마쳤다.

이후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무솔리니 일파의 공적(共敵)이 된다.

그람시는 체포된 후 왜 이탈리아 민중이 파시즘으로 기울었는지 고민하기 시작,사회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일련의 저작을 남겼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