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백악관에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 주재로 ''신경제(New Economy) 심포지엄''이 열렸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신경제의 거품을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석학 갤브레이스 교수는 신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며 "마술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요즘 미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매킨지의 컨설턴트 로웰 브라이언은 ''세계화 이후의 세계화''(원제 Race for the world)에서 ''신경제론''이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신경제의 실체나 현실성 문제보다 신경제가 가져다준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기회는 신경제의 3가지 측면인 디지털 혁명,금융 혁명,규제완화 혁명으로 인해 지리적 장벽과 국가경제적 장벽이 급격히 소멸한 데서 파생된다.

상호작용(interaction) 비용을 혁명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상호작용 비용이란 여러 개인과 기업들이 상호협력을 하면서 재화나 서비스를 교환하는 데 따르는 비용.

이를 잘 관리하는 기업만이 신경제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상호작용 비용이 전체 인건비의 55%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이언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무형자산 중심의 세계화전략''을 새롭게 주문한다.

상호작용 비용은 주로 인재 지적재산 브랜드 네트워크 등 무형자산의 세계적 활동에 가장 큰 장애가 됐던 게 사실.

브레튼우즈체제가 붕괴돼 풍부한 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과정에서 유형자산이 세계적으로 과잉공급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전자 등 엄청난 규모의 생산설비가 생겨난 것이다.

이제는 이런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이 오히려 희소자원이 될 것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세계경제가 통합돼 전문화가 진행될수록 무형자산의 가치는 높아진다고 역설한다.

브라이언은 이제 성공을 원하는 기업은 자신의 무형자산을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록터 앤 갬블,캐터필러,유니레버 같이 인력의 이동에 과감히 투자해 이미 보유한 무형자산의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가벼운 기업''을 만들고 ''빠른 상품''''과감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 지방이나 국가단위에 갇혀있던 전문기업들도 세계적인 초소형 산업을 창조할 수 있다고 비전을 제시한다.

매킨지 감수,황진우 옮김,세종서적,1만3천원.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