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한 작품에 매달린 작가는 생각보다 많다.

''티보가의 사람들''의 로제 마르탱뒤가르,''대지''의 박경리,''혼불''의 최명희….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13년간 두문불출,''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부를 완성했다.

38세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시작한 프루스트는 51세에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떠났다.

20세기 신심리주의의 선구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혁신적인 소설기법으로 현대문학의 출발을 알린 인물이다.

플로베르,졸라의 리얼리즘이 위세를 떨치던 시대에 프루스트처럼 생각하고 쓸 수 있다는 것은 경이에 가까웠다.

프루스트는 의식의 흐름을 중시한 최초의 작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생의 ''남중(南中)''에 이르러 홀로된 주인공이 지난날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아무 의미 없다.

미래가 ''오래된 과거''고,현재가 ''와버린 미래''일진대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 것뿐이다.

''우중충한 오늘 하루에 풀죽은 나는 마들렌(과자)이 녹아있는 차에 입술을 가져갔다.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나로 하여금 삶의 무상을 아랑곳하지 않게 하는 쾌감.

그 정수는 내 몸 속에 있었다.

나는 자신이 죽음을 면치 못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프랑스 소설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의 하나인 이 대목은 유한성을 넘어서는 순간의 기쁨을 말한다.

혹자는 ''프루스트적인 시간''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으니 ''죽은 사물에 목숨을 부여하는 눈''은 오래도록 ''아득한 바람소리''처럼 많은 이를 매혹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되풀이해서 읽고 싶은 작가로 고백록의 루소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를 꼽았다.

20세기가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처럼 21세기는 프루스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문학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긴 여행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