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앙리 마티스,막스 에른스트,오스카 코코슈카.마르셀 뒤샹,잭슨 폴록,로버트 라우셴버그,루이스 부르주아.

20세기 거장들의 미술세계와 인생이야기를 한데 엮은 "소호에서 만나는 현대 미술의 거장들"(문학과 지성사)가 출간됐다.

소호(Soho)는 뉴욕의 유명한 화랑거리.

디자이너 강은영씨가 계간 "동서문학"에 연재한 "소호산책"을 묶은 것이다.

''빈의 카사노바''로 불리던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요절한 흑인화가 장 미셀 바스키아까지 시대를 뒤흔든 천재 화가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롭다.

모델 살 돈이 없어서 자화상만 그린 에곤 쉴레,말러의 미망인 알마와 사랑을 나눈 오스카 코코슈카.

특히 멕시코의 국민영웅 디에고 리베라와 그의 아내 프리다 칼로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부부화가인 이들은 결혼 배신 이혼 재혼 등을 거치며 예술적 지향점을 공유하는 동지로 일생을 보냈다.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 민중사를 꿰뚫은 세계적인 벽화 작가다.

미국 록펠러재단이 뉴욕센터 벽화를 의뢰했을 때 디에고 리베라는 레닌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그는 자본주의 심장에 붉은 기를 꽂을 만큼 대담했다.

록펠러재단은 수정을 요구했으나 리베라는 듣지 않았다.

결국 재단은 약속한 2만달러를 지불한 뒤 벽화를 제거했다.

리베라의 아내 프리다 칼로는 남편보다 스무살이나 어렸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던 프리다는 열네살 때부터 ''장차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1929년 디에고와 프리다는 결혼하지만 디에고는 프리다의 여동생과 놀아난다.

프리다는 멕시코에 망명온 트로츠키의 정부(情婦)가 되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이후 프리다는 유산의 고통 속에서 멕시코의 상처투성이 역사를 초현실적인 꿈으로 채색해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실질적인 창시자는 ''달러 공주''라 불리던 페기 구겐하임이었다.

1898년 뉴욕 태생인 페기는 일찍이 사뮈엘 베케트의 연인이었다.

''초록색 눈으로 어딘지 먼 데를 바라보는 모습.

말없이 앉아있던 베케트는 가끔 가시돋힌 말을 쏟아냈다.

제임스 조이스 집에서 파티가 열렸을 때 조이스는 지금 쓰는 소설의 제목을 맞히는 자에게 1백프랑을 주겠다고 했다.

베케트가 ''피네건의 경야''라고 하자 조이스는 즐거워하면서 지그라는 춤을 추었다'' 페기 구겐하임은 2차대전 중 보존 위기를 맞은 유럽의 미술품을 대거 사들였다.

오늘날 뉴욕 빌바오 베네치아 베를린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수집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했던 페기의 불운한 삶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이밖에 미국 현대 미술의 전설 조지아 오키프,독일 표현주의 거장 안젤름 키퍼,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25명에 들어간 신디 셔먼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