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영진(56)씨가 그림이 있는 시집 ''희망이 있으면 음악이 없어도 춤춘다''(웅진닷컴,6천5백원)를 펴냈다.

첫시집 ''초원의 꿈을 그대들에게'' 이후 35년만에 낸 늦둥이.

작품마다 화가들의 그림이 한 점씩 컬러로 곁들여져 있다.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는 해맑은 영혼의 자화상이다.

''아지랑이''같은 시에서는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슬프면서/기쁜 거//웃으면서/우는 거//이쁘면서/미운 거//보내면서/잡는 거//봄날/아지랑이 같아/내 마음은''

그는 이 시를 써놓고 소년처럼 기뻐한다.

그리고는 그림 밑에 ''눈도 귀도 없는 아지랑이.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아지랑이.내 마음 또한 아지랑이가 아닐까.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이가 천하를 다스린다고 한 것도 마음잡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준다''라고 한말씀 보태놓았다.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보름달 같은 백자항아리 하나를 보고는 ''조선 백자 도공의 노래''를 한곡조 뽑아올린다.

''나는 항아리를 빚는 것이 아니라/흙으로 사랑을 빚었네/잠 못 이루는 밤/꿈 속의 꿈까지 불어넣어/사랑하는 여인의 속살까지/불길 속에 다시 태어나게 했네/(중략)/달/그 항아리는/내 마르지 않는 사랑이네''

어릴적 나무하러 갔다가 청솔가지 사이로 솟는 해를 본 순간이나,아침 산과 한낮의 풀밭,저녁 들길에서 만난 해의 얼굴이 서로 달라보이던 추억.그 때는 몰랐지만 나이 든 뒤에야 ''일곱 살 여름에/내가 보았던 그 해는/지금도 그 모습으로/내 가슴에 뜨고 진다''고 고백한다.

유년기에 뛰놀던 초원에는 육십 고개를 바라보는 지금의 ''그린''이 겹쳐진다.

그는 1996년 뉴코리아CC 챔피언에 오를 만큼 골프를 좋아한다.

''어려서 자치기하듯/연을 높이 띄우듯/멀리 하늘로 흰 공을 날려 보내면/언젠가 못 이룬 꿈이 돌아오리라는,/기다리던 사랑을 만나리라는,/희망의 깃발이/그곳에 꽂혀 있었기에'' 스윙할 때마다 새로운 힘이 솟는다.

삶도 퍼팅처럼 시작보다 끝을 어떻게 마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

그래서 그는 ''오직 지금의 퍼팅이/빗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다/내 남은 생애를 퍼팅하듯이''라고 날마다 스스로를 추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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