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민족운동의 정치적 구심점인 신페인(Shin Fein)은 게일어로 ''우리들만의 힘으로''란 뜻이다.

북한노동당의 ''우리식대로 살자''와 일맥상통하는 당명이다.

비타협적인 투쟁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자주의식은 중요하다.

소설가 윤정모(54)의 장편 ''슬픈 아일랜드''(열림원·전2권)는 한국과 아일랜드의 역사를 중첩시킨 작품이다.

윤씨에 따르면 한국과 아일랜드는 닮은 점이 많다.

제국주의의 식민지였던 과거와 분단국인 현실이 그렇다.

아일랜드는 1916년 공화국 임시정부를 수립했으나 내전으로 남부 26개주만 독립하고 북부 6개주는 영국 치하에 남았다.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북부 6개주다.

''나는 쇠사슬에 감긴 흑인을 보고 인간이 이보다 비참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아일랜드를 보고는 달라졌다''(1839년 프랑스 사회학자 보몽의 보고서).

작가는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인구를 절반으로 줄였던 대기근을 통해 북한동포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한국유학생 혜나와 IRA요원인 테러리스트 숀,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오닐 신부다.

세 사람은 조선의 독립운동을 도왔던 아일랜드인 조지 L 쇼의 일대기를 추적하면서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한다.

혜나가 북한 어린이를 위해 만든 옷을 가지고 숀이 압록강을 건너는 마지막 장면은 화해의 시대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새천년 초하루 아침 혜나는 압록강 단교 쪽으로 걸어간다.1911년 조선총독부가 중국 진출을 위해 건설한 다리,1950년 미군에 의해 폭파된 다리,저 앞 끊어진 자리를 향해 혜나는 걸어간다''

윤씨는 지난 98년 영국으로 건너간 뒤 런던에 머물고 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