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이 그린 ''박연폭''(종이에 수묵, 119x52㎝)이다.

그동안 노래로만 듣던 박연폭포를 이제는 직접 가서 볼 수 있게 됐다.

현대가 개성을 새 관광단지로 개발하기로 북한측과 합의, 조만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개성에 서해안 공단을 만들기로 했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개성은 판문점에서 8㎞.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하루 관광코스로도 가능하다.

개성이 열리면 박연폭포는 물론 선죽교도 밟아볼 수 있다.

박연폭포는 황진이 서화담과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하나.

천마산 여러 골짜기의 물이 박연에 모였다가 은하를 거꾸로 쏟는듯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장관에 대해 세종.세조 때 문신 이승소는 그의 ''제박연폭포도(題朴淵瀑布圖)''에서 "중국 루산(廬山)의 장관보다 더 기이하다"고 썼다.

이처럼 아름다운 박연폭포는 조선 초기부터 그림 소재가 되었는데 그중 겸재의 작품이 으뜸이다.

이 그림은 박연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구도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폭포수는 화면을 압도하고 있는 암벽 사이를 수직으로 가르며 한 갈래로 쏟아져 내리고 이를 좌우에서 옹립하듯 감싸고 있는 거대한 암벽의 위압적인 존재는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이 암벽이 낙폭(落瀑)의 장려함을 방해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폭포의 웅장함을 저해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감동을 더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떨어지는 물이 모여 있는 고모담(姑母潭) 근처의 유람객과 범사정 크기를 왜소하게 그린 것도 폭포를 더 높아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깎아지른 듯한 암애(岩崖)의 괴량감(塊量感)을 나타내기 위해 구사된 대담하고 장쾌한 붓질과 벼랑 곳곳에 돋아나듯 서있는 소나무의 모습에서 우리는 힘차고 꾸밈없는 겸재 특유의 개성을 읽을 수 있다.

겸재는 관념산수가 판치던 시절에 우리 회화사에 진경(眞景)산수라는 큰 업적을 남긴 작가다.

겸재 시대의 유명한 문인화가 관아재(觀我齋) 조영석은 "겸재가 그린 박연폭포는 시원스럽고 윤택한 점이 좋으니 이것이 바로 진경 산수를 만든 겸재의 특색"이라고 평했다.

자하 신위(紫霞 申緯)는 영조 때의 대표화가로 겸재를 꼽으면서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은 고법을 본뜨되 개성이 모자라는 반면, 겸재는 개성이 있고 또 전통을 이해하며 두 가지 다 묘(妙)에 이르렀다"고 칭찬했다.

필자는 감히 겸재야말로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와 함께 세계에 내세울 만한 조선시대 최고 화가라고 말하고 싶다.

월간 art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