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세일이 끝나자 패션매장들은 재빨리 가을빛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지난 7월 한달동안 톱브랜드들은 다양한 패션행사를 통해 올 추동복을 미리 선보였다.

톱브랜드 패션쇼를 통해 나타난 가을 의상의 특징은 한마디로 "고급스럽고 입을만한 옷"으로 정리된다.

지난 여름까지 쇼윈도우를 구경하는 재미를 더해주던 실험적인 의상들은 거의 사라지고 실용적인 옷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난해하고 과격한 디자인은 소수의 8등신 모델급 몸매만이 도전할 엄두를 내게 한데 반해 올 가을의 얌전하고 평범한 스타일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패션이 현실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하반기 경기불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상 톱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아무리 고가 명품시장이라고 한들 언제 찬바람이 돌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템 하나하나에 최고급 소재를 써 가격을 대폭 올린 것도 하반기 경기침체를 대비한 전략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경기에 좌우되지 않을 정도의 최상류층 고객을 대상으로 엄청난 가격대의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불경기로 감소된 매출을 메꾼다는 전략인 것이다.

모피뿐 아니라 타조 뱀 도마뱀 악어가죽이 외형을 유지해 줄 "효자소재"로 쓰였다.

이 옷들에 붙은 가격표는 디자인이 친근하다고 해서 가격 또한 친근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전통 소재와 문양의 부활

두텁고 무게가 느껴지는 방모와 깊게 골이 파여진 코듀로이,스코티시 냄새가 물씬 풍기는 타탄,단아한 아가일문양 등 70년대와 80년대 귀족 패션의 상징이었던 옷감과 패턴이 가을 패션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셀린느는 헤링본 문양이 그려진 원피스와 핸드백 코트를 중심 아이템으로 내놓았다.

타미힐피거는 붉은 색 타탄을 현대적인 라인의 원피스와 스커트로 재탄생시켰다.

마크제이콥스는 일반인에게는 "촌스러운 옛날 패션"의 대명사인 코듀로이 소재로 세련된 바지를 만들었다.

이밖에 코코 샤넬이 즐겨 사용했던 트위드와 하운즈투스 등 클래식 패턴들이 뉴밀레니엄의 첫 가을패션을 장식하고 있다.

<>수천만원대의 가죽 옷

몇백만원대의 소가죽제품은 고가품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값비싼 가죽 옷과 액세서리들이 매장에 나온다.

프라다 캘빈클라인 에르메스 랄프로렌 등은 가죽 악어와 타조 도마뱀 소재로 다양한 아이템을 디자인했다.

재킷과 코트 외에 스커트 원피스로도 만들어진 가죽 제품의 가격은 2만달러에서 4만달러 사이의 최고가.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가격이지만 마치 피부같은 편안함과 세련됨을 갖춘 디자인으로 상류층 부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가죽 외에도 모피숄이나 칼라부분을 모피로 감싼 퍼트리밍 스타일이 유행할 전망이다.

이밖에 번쩍이는 황금색과 부드러운 실크의 조화,검정색 원피스,레드컬러의 다양한 변주 등이 톱브랜드가 공통적으로 선택한 올가을의 유행 키워드들이다.

설현정 기자 sol@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