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느림"을 찾아 떠났다. 고요한 한가로움,내 마음의 변방과 오지를 찾아 천천히 걸었다. 그곳에 가면 어디엔가 마음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을 것이다"

변화 경영 전문가 구본형(46)씨가 20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접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올해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남도의 산과 바다 섬을 찾아다닌 그는 여행에서 보고 들은 사연을 담아 "떠남과 만남"(생각의나무,9천원)이란 제목의 기행산문집을 펴냈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인 한국 IBM에서 경영혁신 실무를 총괄했던 그는 세상을 향해 "변화"란 화두를 던져 식자들의 화제에 올랐던 몇 안되는 저자 중의 한명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곳에서의 아침"등 두 권의 저서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구본형 변화 경영 연구소"를 운영하며 개인 및 단체에게 변화를 위한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구씨는 이 책에서 20년간 자신을 지배해온 5가지 습관을 버리기 위해 여행길에 나섰다고 말한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하는 면도,평일 대낮의 자유를 비정상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공포,지위가 높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월급에 대한 안심,그리고 인생에 대한 유한책임.

그는 발길 닿는 대로,생각나는 대로,혹은 기억을 따라서 걸었다.

섬진강을 따라 고흥반도에 접어들었다 지리산에 오르기도 하고,남해안의 섬들을 찾아가던 중 쌍계사의 벚꽃이 그리워 하동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했다.

이런 여정을 통해 저자는 정신없이 바쁜것이 정상인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창조적 게으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사회는 휴식을 게으름과 소비로 받아들인다. 휴식과 놀이를 창조적 활동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는 "기계적 번잡"만을 양산할 뿐이다. 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 사회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남도의 자연에서 구씨는 다산 정약용,장보고,서산대사,김통정 등과 만난다.

이들과의 조우를 통해 그는 삶은 곧 변화이며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혁신의 과정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인한다.

"변화의 핵심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 스스로 그 상황의 주인이 되는데 있다"고 강조하는 이 책에는 곱씹을 만한 얘기들이 가득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