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공도 국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지요.

자유를 원한다면 전쟁에 미리 대비하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겁니다"

서른두살에 한국군 최초의 4성장군(육군대장)에 오르고 휴전회담 때는 남측대표로 참석했던 백선엽(80)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위원장.

팔순의 노장군이 청소년들에게 전쟁의 참상과 교훈을 전하기 위해 역사만화 "한국전쟁"(지구촌,전3권,각권 7천원)을 펴냈다.

자신의 전쟁체험기 "길고 긴 여름날 1950년 6월 25일"에 지난해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을 받은 만화가 오세영(45)씨의 그림을 더한 것이다.

"초등학생인 손자들과 1주일에 한번 정도 만나는데 녀석들이 만화와 TV에만 매달려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리는데는 만화가 제일이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8장으로 구성된 만화에는 1950년 6월 25일 아침 7시에 날아온 "개성함락" 급보부터 낙동강 전투,북진 반격,1.4후퇴 등 한국전쟁 전과정이 장군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낙동강에 최후 저지망을 치고 밤낮으로 사선을 넘던 얘기,격전을 거듭한 다부동 전투,한.미 장병 1만5천명을 이끌고 평양에 입성하던 감격의 순간 등이 박진감있는 필치로 되살아났다.

일제시대에 태어난 백씨는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조국 독립을 위해 군사력부터 키우자"는 일념으로 만주 군관학교에 진학했다.

45년 월남한 뒤 전쟁발발 한달만에 준장으로 진급,전장의 한복판에서 육군참모총장겸 계엄사령관까지 지내고 지난 60년 전역했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